<이 사람을 보라-어둠의 시대를 밝힌 사람들>
김정남 지음/두레·2만원
<이 사람을 보라-어둠의 시대를 밝힌 사람들>
김정남 지음/두레·2만원
김정남 지음/두레·2만원
책을 펼쳐드니 역시 착잡한 감정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방을 맞았을 때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에서 중위로 복무하던 ‘다카키 마사오’의 딸이 대선주자로서 앞서가는 상황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을 보라>는 박정희·전두환을 거친 지난 30여년 ‘암흑의 시기’에 민주화운동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던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시대의 어둠을 밝혔던 거인들의 사연을 모아 쓴 책이다. 군사정권 아래에서 존재 자체로 ‘또 하나의 정부’였던 김수환 추기경, 시대의 스승이었던 리영희, 자신의 몸을 태워 이 나라 노동운동의 새벽을 연 전태일, 그리고 최근 외부 가격으로 생긴 것이 분명한 두개골 함몰 자국이 발견된 장준하 선생을 비롯해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큰 산들이었던 이돈명·황인철·강신옥·조영래 같은 인권변호사들…. 책에는 이 나라의 민주화에 직간접으로 기여한 29명의 사연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의 사연을 다룬 책이야 지금까지 적잖이 소개되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공적 기구가 모으고 생산한 사료도 많다. 하지만 그와 구별되는 이 책의 독특한 가치는 등장인물들과의 밀접한 거리다. 지은이는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 때 처음 투옥돼 서대문 형무소에서 리영희 선생을 처음 만났고, 이후 책에 소개된 이들과 교류를 지속하며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주요 사건의 실무를 도맡다시피 했다. 87년 6월항쟁 촉매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폭로를 이끌어낸 이도 그였다. 김 추기경은 생전 김 전 수석에 대해 “민주화운동 30년은 김정남의 삶 자체였다”고 평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부분보다 몰랐던 비사들에 눈길이 간다. “그때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먹던 밥은 내가 젊고 그때가 배고픈 시절이었던 탓도 있지만, 참으로 맛있었다.” “(감옥에서) 운동 나갈 때 그 방을 들여다보면 그(리영희)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언제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밖의 소식이 궁금하면 해위(윤보선 전 대통령)는 나를 불렀다. 공(덕귀) 여사를 따라 들어가 밤을 새우고, 새벽기도 가는 공 여사를 따라 나와 사라졌다. 종로경찰서가 뻔히 보이는 앞길이라 그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이런 구절들을 읽으며 밑줄을 긋게 된다. 그와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지은이는 황국자·정금성·이소선 등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낸 ‘어머니들’의 사연에까지 관심을 확장할 수 있었다.
지은이는 지학순 주교를 회상하며 “그가 앞장서 혼자 헤치고 갔던 그 길이 이제는 우리들의 길, 한국 교회의 길,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되었다”고 적었다. 이는 책에 이름이 오른 모두에게 전하는 찬사로 읽힌다. 그러나 맨 먼저 그 길을 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그때 그분들’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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