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한승동 지음/마음산책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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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여러 자리에서 힘주어 말했던 ‘2013년 체제’는 결국 ‘87년 이전 체제’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는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의 대선 승리에만 한정되는 말은 아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에이(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가 컴백했고, 북의 독재정권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에 대한 한·일 우익들의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이어지는 중이다.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해 보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소규모 국지전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첨예화됐다.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는 한승동 <한겨레> 기자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여러 통로를 통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다루는 주제는 ‘시대의 스승’이었던 리영희 선생에 대한 짧은 평전 성격의 글에서부터 이명박 정부가 진행한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그러나 주제는 일관되고 분명하다. 그가 책을 여는 ‘머리말’에서 대뜸 인용하는 책이 구한말 청의 외교관 황준헌이 쓴 <조선책략>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우리는 100년 전 망국을 불러온 그 ‘천하대란’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1970년대 리영희가 깨려 했던 우상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반미와 친미, 친북과 반북이라는 이항 대립과 이데올로기 조작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절대적 이익을 누리는 세력”이다. 우리의 아픈 과거로 시선을 돌리면 이들은 명에 대한 성리학적 맹종으로 나라를 국난의 위기에 빠뜨린 조선의 성리학자들이자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나라를 결국 망국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구한말의 무능한 관료들이다. 지은이는 병자호란을 시대 배경 삼아 만들어진 영화 <활>의 한 대사에 빗대 “세상이 무능한 자들의 손에 넘어갔으니 장차 나라를 어찌할 것인가”라는 깊은 탄식을 쏟아낸다.
미국을 맹신하는 소중화주의자들이 그 동맹국이자 우리를 침탈했던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적대시하고 배제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사이 북녘의 우리 동포들은 어느새 옛 여진·말갈보다 못한 야만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지은이는 “북쪽의 그들이 그립다. 남쪽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상처받고 가위눌려 살아왔을, 지금 더욱 퇴락한 그들이 가엾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할 것인가. 방법은 소중화주의자들이 유포하는 우상을 깨뜨리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 간 소통과 적대 구도 해체, 결국은 통일”만이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지은이는 힘주어 말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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