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김동춘 지음
한겨레출판·1만2000원
김동춘 지음
한겨레출판·1만2000원
생각해 보면 그리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이동흡과 김용준으로 요약되는 우리 사회 보수의 맨 얼굴을 다시 한번 목격한 국민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동안 살아온 역사적 경험이 축적돼 만들어진 ‘정직한’ 퇴적물일 뿐이다. 친일이 친미로, 일제 부역이 독재 부역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우리 사회의 보수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을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본받게 해야 할 도덕성과 공동체 정신을 기르지는 못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새 책 <대한민국 잔혹사>를 꿰뚫는 중심 주제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지은이가 <한겨레21>에 약 2년 동안 연재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이뤄진 국가폭력의 연원을 불우했던 우리의 지난 현대사에서 찾는다. 지은이는 철거민 5명이 숨진 용산참사 동영상을 보며, 1948년 벌어진 제주도 4·3 사건과 여순 반란, 그리고 한국 전쟁기의 빨치산 활동을 떠올린다. 한국의 군과 경찰은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시민들을 적으로 간주해 왔기에, 용산참사를 겪고 나서도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적으로 간주했던 이들은 60~70년 전엔 대부분 “군인과 경찰의 폭력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주민이거나 여성”일 뿐이었고, 오늘날엔 폭력적인 개발사업 탓에 도무지 살길이 막막해져 망루에 올랐던 평범한 가장들이었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에 그런 폭력적인 풍토가 자리잡게 된 것이 ‘복종을 권하는 문화’가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임은 본인의 것이 아니라 집단의 것이기에, 끔찍한 국가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상관의 명령이므로 복종했을 뿐”(1951년 거창 학살 책임자 이종대), “나는 철저히 ‘상명하복’ 원칙을 지켰고 조직을 위해 십자가를 졌다”(고문 기술자 이근안)는 말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지은이는 이를 ‘복종범죄’라 부르며 “권위에 대한 절대복종이야말로 잔혹 행위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고 지적한다.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지은이가 2005년부터 5년 동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채집한 ‘디테일’들이다. 특히 해방 전엔 항일운동을 했고, 이후엔 지역 유지가 된 이들이 빨갱이로 몰려 제거되는 과정을 서술한 부분은 밑줄을 그으며 읽게 된다. 지은이는 “공적 정신을 가진 인간들이 자신의 권력과 돈을 지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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