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왕롱주 지음, 김승룡·이정선 옮김
한숲·1만5000원 베이징 서쪽에 이화원과 이웃하고 있는 청조의 황실 정원 원명원은 중국 원림 예술이 집대성된 거대한 궁원이다.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 원림예술이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을 때 원명원이 지어졌다. 청조의 다섯 황제는 바로 이곳에서 정치가 원림에서 나오는 전통을 만들었다. 그러나 원명원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소실되었다. 동치제가 그 일부를 복구했지만 다시 8개국 연합군에 의해 철저히 훼손됐다. 이제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유적지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서양루 구역에 남은 몇몇 담장뿐이다. 중국 남부 주하이에 상업 목적으로 지어진 ‘짝퉁 원명원’이 있지만 제대로 된 복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이 장엄한 궁원을 창조한 수준 높은 예술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역사가인 지은이는 원명원을 한 권의 책으로 복원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건축이고 하나는 역사다. 1부에서는 그 화려했던 전성기의 원명원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원명원은 어느새 옛날 존재했던 유적이 아니라 지금 내 눈앞에 생생하게 서 있는 현실로 다가온다. 2부에서는 원명원이 제왕의 궁원으로 성장하다가 아편전쟁 와중에 침략군에 의해 소실돼 스러지는 장면을 청조의 융성 및 패망과 오버랩해 보여준다. 원명원의 뒷그림자에 청조의 역사가 어른거리는 듯한 방식의 기술이 인상적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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