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와 반전은 추리소설의 묘미다. 수많은 단서와 복선을 토대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끝내 진범을 찾았을 때 얻는 쾌감이란! 비리, 음모, 사랑, 복수….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타래를 풀다 보면 무더위쯤이야. 우리가 여름철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까닭이다.
반갑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작가의 신간이 동시에 출간됐다. 2010년부터 8권의 추리소설을 쓰고,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한 현직 판사 도진기의 최신작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다음, 작가의 발견-7인의 작가전’을 통해 소설 일부분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던 현직 에스비에스(SBS) 피디 이재익의 <영등포>다.
“남편을 죽여주세요.”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40대 미모의 여성 김명진이 ‘죽음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가진 변호사 고진을 찾아와 이같이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죽음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잖아요. 합법을 가장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고진은 뒤늦게 이 사건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김명진이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남편을 교살한 혐의로 수감되고, 고진은 명진을 위해 법정에 선다. 그러나 사건에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진실. 20년 전 대학 시절 김명진을 놓고 벌인 의문의 달리기 시합. 그 시합에 나섰던 남궁현, 임의재, 한연우, 신창순….
<영등포>는 비 내리는 늦은 봄밤, 영등포 홍등가에서 살인사건 신고가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희생자는 영철 ‘삼촌’. 잔혹한 살해 방법을 볼 때 원한에 의한 살인처럼 보이지만, 그에 대한 주변의 평은 ‘착하고 부지런하다’. 구영도 형사가 이 사건에 복잡한 내막이 있음을 직감할 즈음 예전의 포주였던 ‘이모’ 남순 할머니, 홍등가 손님인 ‘오빠’마저 연이어 살해당한다. 삼촌, 이모, 오빠, 아가씨만 존재하는 이곳에서 연쇄살인범은 누구인가, 또 다음번 희생자는 ‘아가씨’가 될까. 두 소설의 공통점은 한 남자의 집요하고도 치밀한 사랑과 복수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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