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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올바름의 실천은 감정으로부터

등록 2016-11-10 19:17수정 2016-12-11 17:36




스피노자의 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 옮김, 김종성 감수/사이언스북스(2007)

21세기의 신경과학은 17세기의 스피노자 철학을 소환했다. 포르투갈 출신의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뇌>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왜 스피노자인가?” 왜 데카르트나 칸트가 아니고 스피노자인가?

데카르트나 칸트가 인간의 육체보다는 정신을, 감정보다는 이성을 떠받들 때 스피노자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철학자들이 외면했던 ‘몸’과 ‘욕망’, ‘감정’을 인간 본성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며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윤리학)에서 이렇게 당당히 선언했다.

17세기에 스피노자는 ‘지구는 돈다’고 한 갈릴레오보다 더 위험한 생각을 했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다윈의 진화론과 양립한다. 이것이 다마지오가 <스피노자의 뇌>를 쓰게 된 배경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 전에 철학자 스피노자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허울을 벗겨냈다.

21세기는 감정과 욕망의 시대다. 인간의 마음 속 깊이 있는 욕망과 감정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철학책은 물론 자기계발서까지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욕망을 드러내라고 요구한다. 모두들 행복을 찾기 위해 인문학책을 탐독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에 다마지오는 인간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좋다, 나쁘다고 느끼는 감정은 뇌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생명체는 생존과 안녕을 위해 감정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생물학적 욕구가 만족되었을 때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덕의 일차적 기반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행복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스피노자는 이렇게 감정으로부터 도덕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도덕은 본래 감정적 판단이라는 것. 다마지오는 이것을 신경과학적으로 입증하고, 4세기를 앞서간 스피노자의 통찰에 탄복한다.

스피노자가 감정에 주목한 것은 인간이란 존재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의 철학은 생물학적인 인간의 욕구에 출발해서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행복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행복까지 염려하는 것이 공공의 선(善)이다. <에티카>에서 “우리의 선(善)은 우리를 다른 사람과 사회 전체의 이익에 연결해주는 우정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보존을 돕고 올바르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뇌>는 이러한 인본주의의 전통과 과학이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정과 느낌의 신경과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원리와 정책을 만들기 위함이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노력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최고의 가치다. 그런데 온 국민을 슬픔과 분노의 감정으로 몰아넣는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자기 보존의 욕구에 따라 잘못된 정치를 갈아치우려는 것은 생명체로서 지극히 타당한, 도덕적인 행위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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