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방민호 지음/아르테·1만8000원 어떤 공간을 떠올리면 잊히지 않는 공기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냄새, 물건, 혹은 사람으로 치환된다. 식민지 시대의 경성을 살아낸 이상에게 1930년대 서울은 자본주의가 처음 전입된 공간이자, 감시 감옥이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소설 <날개>에서 ‘나’가 ‘날고 싶다’ 외치고 싶다던 장소는 과거 미쓰코시 백화점, 현재 소공동 신세계 백화점의 옥상이다. ‘나’는 조선 최대 백화점의 옥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박완서의 첫 소설 <나목>의 주인공 이경이 출근하던 미군 피엑스(PX) 건물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이후 괴괴한 서울을 살면서도 생의 의지를 버리지 않는 장소다. <서울 문학 기행>은 서울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씨줄 삼아,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인 10명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었다. 김수영의 마지막 거처인 ‘구수동 41번지’는 “인류 문제를 자기 문제처럼 고민”하기 위한 “가장자리”다. 윤동주의 ‘누상동 9번지 하숙집’은 무한한 순수함을 추구하며 시를 썼던 문학의 산실이다. 이광수의 ‘홍지동 산장’은 민족주의적 이상가와 변절자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 삶을 상징한다. 책은 문인들이 서울에서 쌓아 올린 시간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이야기가 넘실대는 소설이기도, 마음을 간질이는 시이기도 한 서울. 문학의 숨결이 생동하는 서울의 사연 속을 걸을 준비가 됐다면 가장 편한 신발을 꺼내 들자. ‘서울은 문학'이라고 말할 작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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