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박점규·노순택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노련한 망치질을 40년간 이어온 원길씨. 그는 두 아들이 목수의 길을 가지 않길 바란다. 걸핏하면 임금을 떼이고, ‘노가다’로 천대받는 탓이다. 상습적으로 돈을 떼먹는 사장은 구속되지 않아도, 직접채용을 요구하는 건설노조 간부는 구속된다. 노동자에게 현실은 시궁창이다. ‘굴뚝신문’ ‘광장신문’ 등을 발행하며 투쟁 현장을 지키던 노동운동가 박점규와 사진가 노순택이, 노동자의 ‘연장’을 그리려 자신들의 ‘연장’을 꺼내들었다. 2015년부터 1년간 <한겨레21>에 연재한 글을 엮은 <연장傳(전)>이다. 글과 사진으로 포착한 24가지 노동의 풍경에는 희로애락이 담겼다. 연장은 경이롭다. 화자씨의 대걸레가 지나간 자리는 광이 난다. 다산콜센터 상담사 윤재씨의 헤드셋은 고객에게 소화제다. 보통씨의 펜과 태블릿에선 마음을 울리는 만화가 나온다. 노동자의 도구는 소박하지만 연장의 끝에서 나오는 땀은 아름답다. 연장은 서럽다. 허허벌판을 다져 빌딩을 만드는 굴삭기 기사 정애씨의 삶은 여전히 판자촌이다. 30년 노동의 대가치곤 처참하다. 건설기계 노동자는 근로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사장님”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 속에 4대보험, 퇴직금 등이 노동자한테 전가된다. 정애씨는 노조에 가입했다. ‘연장전(傳)’은 연장 이야기이기도, 장삼이사들이 일터에서 숱하게 마주하는 차별과 끈질기게 싸우는 ‘연장전(戰)’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화는 이 싸움의 첫 걸음이다. 원길씨는 오늘도 “밥숟가락”인 망치를 들고 세상을 짓는다. ‘연장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므로.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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