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다산초당·1만5000원 혐오는 배제와 배척의 언어다. 싫음 또는 미움과는 달라서 취향에 따른 호오로 치부할 수 없다. 집단을 향한 무자비한 광기는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15년 넘게 세계 분쟁현장을 누벼온 독일 언론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는 신간 <혐오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에 대해 다룬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같은 사람인데 어떤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자화된 동성애자‘들’, 여성‘들’, 무슬림‘들’ 등이 해당한다. 이들은 개인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되지만, 집단화했을 땐 “외국인으로, 범죄자로, 야만인으로” 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 군중들은 난민 버스를 가로막고 “우리가 국민이다” “꺼져, 꺼져”를 외친다. 버스 속 겁에 질린 난민 아이와 여성들에게 혐오의 감정을 표출하는 시위자들, 말리지 않는 방관자들, 되레 난민을 다그치는 경찰들. 이들은 타자에게서 ‘집단의 위험성’을 보되, 개개인의 고통은 보려 하지 않는다. 방관자는 중립의 위치가 아니라 혐오의 공모자가 된다. 책은 혐오표현 발화자, 증오범죄 가해자의 일탈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혐오의 메커니즘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맥락을 짚으면서 혐오라는 ‘사회적 공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분리주의 운동과 민족주의 정당 또는 유사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동질적, 본원적, 순수한 공동체”라는 표상을 추구한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여성·동성애자·외국인노동자·지역민 등에 대한 혐오가 폭발하는 한국 사회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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