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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천재는 성격의 표현이다

등록 2017-08-31 19:02수정 2017-08-31 19:12

정인경의 과학 읽기
성격의 탄생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와이즈북(2009)

“내 인생은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것이 없어.” 이런 심란한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자신의 성격을 돌아본다. 성격은 인생사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고유한 그 무엇이다. “천재는 성격의 표현이다.” 레이 몽크는 <비트겐슈타인 평전>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천재성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했다. 성격은 희극이든 비극이든 한 사람의 운명을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성격을 갖게 된 것일까? 사람마다 성격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남들이 말하는 좋은 성격을 갖고 싶은데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은 이런 고민에 대해 과학적으로 똑 부러지는 답을 준다.

성격심리학자가 말하는 성격이란 “진화의 산물”이고 “진화된 심리메커니즘”이다. 창조론에서는 인간의 성격 차이를 신이 주셨다고 하겠지만, 성격은 핀치의 부리처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뇌의 메커니즘이다. 자연선택에 의해 일정한 범위의 유전자 변형체가 걸러졌고, 작은 유전적 차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각기 다른 성격을 만들었다.

대니얼 네틀은 <성격의 탄생>에서 인간의 성격을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수치화했다. 외향형,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이다. 우리는 모두 이 5가지 성격에 포함되며, 해당 성격에 따라 공통된 뇌 회로를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성격패턴과 신경시스템이 있다는 것. 성격 유형별로 감정회로, 뇌 영역, 신경전달물질, 유전자 사이의 차이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자연이 선택한 성격의 차이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어떤 성격이든 좋은 점(혜택)과 나쁜 점(비용)이 공존한다. 예컨대 성실성은 계획하고 절제하면서 생활을 잘 꾸려나가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가장 적합한’ 성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니얼 네틀은 이것을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말한다. 타고난 기본적인 성격을 바꿀 수 없지만 바꿔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이다.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성격을 바꾸기 위함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자기를 객관화하고 낯설게 보는 작업은 자신의 성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성격의 문제는 자신에 대한 자각과 애정에서 출발한다. 그다음에 “자신이 물려받은 성격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행동 패턴을 찾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어려움까지 해소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궁금해한다. 대부분 사람은 유년 시절의 성격 형성에 부모의 양육방식, 식습관, 형제 관계, 결혼상태, 이혼, 재혼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니얼 네틀이 제시하는 연구결과는 우리의 통념을 여지없이 비껴간다. 가정환경뿐만 아니라 형제 서열과 같은 출생순서도 아이의 성격 형성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격의 탄생>을 읽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 규정한 성격의 이미지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무익하고 낡은 사고방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럴 때는 과감히 자신의 성격과 인생을 재구성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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