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경의 과학 읽기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생각연구소(2017)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감정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는 뇌의 기억저장소에서 소환되어 마음 속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영화에서 구현된 것처럼 우리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인지 신경과학자인 리사 배럿은 “감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영화에서 그려진 감정의 묘사가 다 틀렸다는 것이다. 감정은 인간의 본성에서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리사 배럿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진다. 감정은 무엇인가? 감정은 어디에서 발생하나? 왜 인간은 감정을 갖게 되었나? 이럴 때 과학이 일반적 통념에 기대어 서술된 자기 계발서나 인문학을 뛰어넘는다. “나쁜 감정을 떨쳐버려라”가 아니라 “나쁜 감정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핵심적인 주장은 책 제목에 있다. 감정은 만들어진다는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이다. 감정은 사고, 지각, 추론, 기억과 같은 뇌의 활동 중 하나다. 뇌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감각을 입력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고, 신경세포의 배선을 바꿔나간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매순간 경험하는 쾌감, 불쾌감, 동요, 평온과 같은 단순한 느낌을 토대로 구성된다. 결국 우리 뇌는 감각 입력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을 만들어내고, 그 감정은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행동을 지시한다. 리사 배럿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감각 입력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감정의 능동적 구성자”라는 관점이다. 또한 그녀는 감정이 문화, 지역, 민족, 언어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감정이 보편적이라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감정은 다양성이 표준이다. 기쁨, 슬픔, 분노, 혐오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으로서 통용되려면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감정을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며 “사회적 실재”라고 보았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당신이 어떤 질병이나 모욕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자문하라, 나는 정말로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가?” 신체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감정의 정체는 대체로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불안감과 모멸감, 혐오감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린다. 우리 뇌가 유해한 환경에 맞게 배선되어 있는 까닭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려면 신체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모멸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나쁜 감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바꾸어야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감정이라는 사회적 실재를 재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책에서는 “오늘의 경험이 내일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제안한다. 뇌는 예측과 구성을 바탕으로 작동하고 경험을 통해 재배선 된다. 공원을 산책하고 책을 읽는, 하루하루의 사소한 경험들은 미래의 자신을 바꾼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좋은 감정을 나눈다면 당신은 그와 우리 모두를 위해 사회적 실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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