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혜숙 지음/문화과학사·2만3000원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최근 페미니즘 물결을 타고 널리 퍼진 문장이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이내 궁금해진다. ‘우리’는 누구이며 ‘연결’은 어떻게 가능한가. 탈식민 페미니즘 비평이론가인 태혜숙은 이런 근원적 질문에 담대한 대답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 ‘우리’의 범위는 대륙을 넘나든다. 태혜숙이 천착해온 탈식민 페미니즘은 식민지 경험을 가진 지역의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점을 모색하려는 이론적 시도다. 그는 아시아를 묶어낸 가야트리 스피박의 ‘탈식민’ 개념을 받아 안고, 유럽의 식민주의를 공통으로 경험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세 대륙을 연결하는 로버트 영의 ‘트리컨티넨탈리즘’ 시각을 따른다. 이 책은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대륙의 다양한 지역이 단순 연결을 넘어 적극적 연대를 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식민지 경험의 반작용으로 민족국가 단위의 고립을 겪어온 이들 지역에 ‘행성성’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펼친다. 오랜 시간 상호 고립되어왔던 하위주체를 묶어내는 축으로서 페미니즘·마르크스주의·생태주의의 상호 참조를 강조한다. 이른바 ‘적(노동·계급·생산)-녹(생태·환경·자연)-보라(성·젠더·섹슈얼리티) 패러다임’이 연대의 물꼬를 튼다. 태혜숙에게 하위주체의 상상력을 깨울 바탕은 사회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이다. 그는 이 책에서 백인 남녀 중심의 서사 ‘다시 읽기’와 비백인 하위주체의 서사 ‘다시 쓰기’를 시도한다. 조지 오웰의 <버마 시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 영미문학이 남긴 성과에서 누락되고 생략되어 온 목소리를 드러내고 모아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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