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 호네트 등 지음,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 엮음, 김원식 등 옮김/사월의책·1만8000원 전국 퀴어 축제가 열릴 때마다 맞불 반대 집회를 여는 호모포비아들은 과연 ‘호모포비아’가 맞을까? 호모포비아의 사전적 정의가 동성애에 대한 ‘공포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야 공포의 대상을 따라다니며 고성을 지르고 비난을 퍼붓기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포를 이겨낼 만큼 용감한 사람인 걸까? 혹시 동성애자가 아니라 다른 걸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 호모포비아는 대체 누구일까? 이 책은 사회철학적 논의를 통해 호모포비아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가 펴내는 공식 저널 <베스텐트>(WestEnd) 한국판의 여섯번째 시리즈다. 동성애 혐오의 기원과 대안을 제시하는 여러 프랑크푸르트학파 학자들의 관점을 번역해 전하고 한국 학자들의 글도 함께 실었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의 실상은 가부장적 질서 파괴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원인 분석에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국민의 절반이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고 답하고 일부일처제 가족 모델이 지속가능성을 잃어가는 가운데 기존 규범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동성애 혐오가 이용되는 정황을 밝혀낸다. 책은 이미 주류 사회가 같은 자리에 흑사병자·이교도자·마녀·유대인을 앉혔던 역사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사실 그런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호모포비아에게 진실을 “가르쳐서” 변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책은 “서로가 다르면서 동등함을 어쩔 수 없이 상호 인정”하도록 관용과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임을 밝힌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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