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있다-윤동주 산문의 숲에서김응교 지음/아르테·1만7000원
김응교(
사진) 숙명여대 교수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던 2017년 윤동주의 시를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을 설명한 책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교수가 새로 낸 책 <나무가 있다>는 윤동주의 산문을 통해 그의 삶과 시대에 접근하고자 한다.
윤동주는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31편을 포함해 시는 110여편을 남겼지만, 산문은 네편이 전부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5년 중판본에 실린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화원에 꽃이 핀다’ ‘종시’가 그것인데, ‘달을 쏘다’는 1938년 10월에 신문에 투고되었고 나머지 작품은 모두 1941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이 가운데 가장 마지막 작품인 ‘종시’를 앞세우고 나머지 작품은 집필 순서대로 소개하면서 논의를 이어 간다.
‘종시’를 앞세운 까닭은 이 글을 통해 “그가 지냈던 지금의 서울인 경성 풍경을 그릴 수 있”고 “시대 분위기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점(終點)이 시점(始點)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종로구 누상동 하숙집에서 광화문과 남대문을 거쳐 연희전문까지 오가던 등하굣길 풍경을 담았다. 총독부 당국의 감시를 받던 소설가 김송이 하숙집 주인이었는데, 이 집에서 보낸 석 달 동안 쓴 시 아홉 편(‘십자가’ ‘또 다른 고향’ ‘길’ 등)에서 “개인적 영성을 넘어 사회적 영성이 확대된” 데에는 “김송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김 교수는 쓴다.
하숙집에서 학교까지 전차를 타고 통학하면서 동주는 철도 복선화 공사에 매진하는 노동자들을 목격한다. 그는 “이네들이야말로 건설의 사도(使徒)들이다. 땀과 피를 아끼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을 찬미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두 줄 남짓이 면도칼로 도려낸 듯 깨끗이 삭제돼 있다는 것.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된 1955년의 이념적 분위기 때문에 누군가 예리한 칼로 도려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추정한다.
김 교수는 “그의 산문은 그의 시와 뿌리끼리 엉켜 있다”며 윤동주의 산문과 시의 관계 역시 밝혀 보인다. 그는 윤동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답사해 <동주의 길-공간에서 만나는 윤동주>를 다음 책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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