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정인경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꿈꿀자유(201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사태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은 공포의 대상이다. 사실 우리는 20세기까지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1918년~1920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 명이나 사망했을 때 과학자들은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랐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 의학과 공중보건학, 분자생물학, 바이러스학 등의 발전으로 몇몇 전염병 퇴치에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새롭게 출현하는 신종 전염병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왜일까? 왜 21세기에 들어서도 사스(SARS-CoV, 2003), 신종인플루엔자(2009), 에볼라(2014), 메르스(2015)와 같은 전염병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일까?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쓴 데이비드 콰먼은 신종 전염병을 질병의 차원보다 넓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진화와 생태학의 관점으로 인간과 병원체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다. 바이러스나 인간은 진화의 법칙을 따르는 자연의 일원이고,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에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수가 수십억 명을 넘어서면서 생태계는 점점 파괴되고 있다. 갈 곳 잃은 바이러스가 멸종하지 않고 살 길은 새로운 숙주를 찾는 것뿐이다. 굶주린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인간의 몸은 좋은 서식지를 제공한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공존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진화해서 생물종들 사이 장벽을 넘어선다. 설치류나 새, 박쥐, 침팬지 등에서 인간으로, 종에서 종으로, 개체에서 개체로 옮겨다니는 전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렇게 종간 전파로 퍼져나가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동물을 없애지 않는 한, 완전히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다른 동물의 몸에 숨어 있다가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아르엔에이(RNA) 바이러스는 디엔에이(DNA) 바이러스보다 수천 배나 빨리 진화한다. 한 가닥의 분자에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를 모두 막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계속 출현하고, 그토록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에이즈, 사스, 에볼라 등의 수많은 바이러스를 추적한다. 바이러스는 어디에 있다가 세상에 나왔을까? 어떤 동물로부터 왔으며 어떻게 인간에게 전파되었을까? 이렇게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다가 마지막에 도달한 곳은 우리 자신이다. 공장식 축사를 짓고 야생동물을 돈벌이로 사고파는 우리는 그것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신종 전염병이 돌 때는 잠시 걱정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과학적 사실을 자세히 알아볼 시간이 없고, 관심도 없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이번에는 전염병 관련 과학책을 손에 들어보자.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이 책의 외침이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도록.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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