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 열광하는 독자들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정주영 지음/한국경제신문(2018)

우리나라에는 소위 ‘하버드 마케팅’이란 게 있다. ‘하버드’라는 글자만 보이면 주목도가 달라지는 탓에 여기저기 잘도 갖다 붙인다. 하버드는 캠퍼스가 있는 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욱 인기다. <하버드 새벽 4시 반> <하버드 감성 수업> <하버드 철학 수업> <하버드 인생학 특강> <하버드 사랑학 수업> <하버드 부자 수업> <하버드 논리학 수업> 등 서점에만 가봐도 ‘하버드’가 들어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감성도, 철학도, 인생도, 사랑도, 그리고 부자 되는 법도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판이다. 하버드 대학이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이고, 웬만한 사람들이 한 번쯤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교이긴 하지만, 어디에든 하버드를 갖다 붙이는 우리의 하버드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한국경제신문)은 하버드 마케팅으로 성공한 책들 가운데 하나다. 2018년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이후 1년 넘게 별 반응이 없다가 지난해 말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 역주행’을 했다. 올해 들어 리커버 에디션까지 나오면서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의 이력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정주영’이란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2009년 <3개월에 12㎏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국일미디어)이란 책을 통해 검은콩으로 100㎏이 넘던 체중을 넉달 만에 50여㎏ 감량한 다이어트 성공기를 소개했다. 이 책으로 당시 ‘까망콩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도 했다. 다이어트 성공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던 그가 이번에는 10년여 만에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의 성공 스토리를 흥미롭게 분석했다. 학창시절에는 난독증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고, 하버드는커녕 뚜렷한 학력이나 이력도 알려진 바 없지만, 전방위적인 글쓰기 실력과 하버드에 열광하는 독자들의 욕망을 읽어내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 자리에 올랐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은 과연 뭘까? 이 책은 ‘신호’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하버드 대학교 내에서도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으로 나뉘는데, 학생들을 실패로 이끄는 것은 재능 부족이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부정적인 신호’였다는 것이다. 불신, 비난, 미심쩍은 시선, 못할 것이라는 낙인 등이 부정적인 신호다. 이러한 신호들이 느껴질 때,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에 따라 탁월함과 평범함의 차이가 생겨난다. 부정적인 신호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긍정적인 신호를 의식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학생들의 특징이라고 저자는 소개하면서, 칭찬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회적 신호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하버드 마케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은 얼마 전 고액의 선인세로 일본의 한 대형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마쳐 올해 하반기에 일본에서 출간될 예정이며, 중국 출판사들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