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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베스트셀러 넘어 코로나셀러로, 아몬드

등록 2020-05-01 06:01수정 2020-05-01 15:39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아몬드

손원평 지음/창비(2017)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매출이 늘었어요!”

최근 만난 한 출판사 대표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코로나19로 문화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다들 매출 하락으로 죽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책 판매가 늘었어요.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청소년 권장도서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판매가 괜찮아요. 모든 출판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양서 중심으로 백리스트를 가진 출판사들은 지금 상황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대형서점(교보문고)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서점 매출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3월1일부터 4월20일까지 청소년 서적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자녀 교육 관련 서적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화계 전반이 힘든 상황 가운데 반사이익을 보는 책들이 생겨나고 있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코로나 특수’ ‘코로나셀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판매가 급상승했고, 최근 일본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는 제17회 ‘2020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몬드>는 2017년 3월 출간돼 우리나라에서만 40만 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웬만한 중학교 필독 도서 목록에 올라가 있는데다가,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늦춰지면서 독후감 과제로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이기도 하다. 이전 같으면 도서관 대출 경쟁이 벌어졌을 테지만, 코로나 사태로 많은 도서관이 문을 닫은데다 누군가의 손을 탄 책을 빌려보는 것조차 꺼려지는 상황에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몬드> 외에도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시간을 파는 상점> 등 청소년 필독서 목록에 올라 있는 책들 가운데 상당수가 베스트셀러 역주행 중이다.

머릿속에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가 정상보다 작아서 생긴 정서적 장애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윤재. 그래서 아몬드라면 미국산부터 시작해 호주산, 중국산, 러시아산까지 모든 종류를 닥치는 대로 윤재에게 먹이며 헛된 희망을 키워가는 엄마. <아몬드>는 감정을 잘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독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갈등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크로머의 세계와 데미안의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싱클레어처럼, 윤재 역시도 어른과 청소년 세계의 사이에서, 정상과 비정상 세계의 경계에서 갈등하면서 성장한다. 싱클레어에게 ‘크로머’가 있었다면, 윤재에게는 ‘곤이’가 있다. 결핍이 폭력성으로 발전한 곤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상태를 모른 채 끊임없이 괴롭히고 때린다. 곤이가 고통과 죄책감, 아픔의 상징이라면, ‘도라’라는 여학생은 꽃과 향기, 꿈과 사랑의 상징으로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이면서 타인을 평가하는 사회적 기준과 통념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감정 없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감정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위선적이면서도 또한 위태로운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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