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코로나 세대, 불안한 심리를 저격한 ‘더 해빙’

등록 2020-05-29 06:01수정 2020-05-29 09:19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더 해빙
이서윤 홍주연 지음/수오서재(2020)

인간은 본래 나약하다. 그래서 항상 의지할 존재를 찾거나 심리적 도피처를 갈구한다.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이 닥쳐오면 이러한 방어 기제는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의 책들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소위 ‘끌어당김의 법칙’을 주장하는 책들이다. 아이엠에프(IMF) 사태 때도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그랬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재난 가운데 불안과 공포로 하루하루를 지내며 어떻게든 삶의 희망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저격한 책이 또 나타났다. 2020년 3월 출간되어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더 해빙>(수오서재)은 불평에서 감사로 돈에 대한 감정을 바꾸면 더 큰 돈을 벌고 결국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더 해빙>은 여러모로 베스트셀러 자질을 갖췄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느낌의 검정색 양장본에 단순하면서도 왠지 우주의 신비가 느껴지는 표지 이미지로 일단 첫인상부터 아주 깔끔하다. ‘한국 저자 최초 펭귄랜덤하우스 선 출간’ ‘전 세계 21개국 판권 계약’ ‘아마존 리뷰 평점 4.8 극찬’ 띠지에 쓰여진 문구는 꼭 읽어야만 하는 책으로 느껴지게 한다. “대한민국 상위 0.01%가 찾는 행운의 여신… 사주와 관상에 능했던 할머니의 발견으로 일곱 살 때 운명학에 입문했다. 주역과 명리학, 자미두수, 점성학 등 동서양의 운명학을 빠짐없이 익혔고, 10만 건의 사례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녀에 대한 소문은 부자들의 귀한 비밀이었다.” 표지를 열어 저자 소개를 읽으면 엄청난 호기심이 발동한다.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서윤이란 저자 이력과 유명세에 압도당한다.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소설처럼 읽히는 대화체 문장은 역대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에 등장하는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떠오르게 한다.

책은 세계적인 부자들이 성공 비결로 꼽은 ‘운’의 비결을 ‘해빙’(Having)이라는 신박한 단어로 표현한다. 해빙은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다. 돈을 쓸 때 ‘없음’보다 ‘있음’에 집중하다보면 돈은 오늘을 마음껏 누리게 해주는 ‘수단’이자 ‘하인’이 되어주지만, 걱정과 불안으로 돈을 쓰게 되면 돈은 ‘목표’이자 ‘주인’이 되어서 우리의 삶을 희생시키게 된다는 주장이다.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재운’ ‘귀인’ ‘우주 선물’이란 단어들을 만나면 왠지 불편해진다.

긍정주의는 그 자체로 바람직한 가치이며 현대 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 에너지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무조건적인 무한 긍정주의와 현실을 무시해버리는 반쪽짜리 긍정주의는 위험할 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세대’라고 불릴 만큼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주술적인 긍정의 메시지는 언뜻 위로처럼 들릴지 몰라도 결국 더 짙은 공허함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 그것이 과연 진정한 위로이며 공감인지 가만 생각해볼 일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3.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하이브 내부 문건 파장…미성년자에 “섹스어필” “놀랄 만큼 못생김” 4.

하이브 내부 문건 파장…미성년자에 “섹스어필” “놀랄 만큼 못생김”

[영상] 배우 김수미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마지막 인사 될 줄은… 5.

[영상] 배우 김수미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마지막 인사 될 줄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