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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드라마와 책의 컬래버레이션

등록 2020-08-21 04:59수정 2020-08-22 11:46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조용 지음, 잠산 그림/위즈덤하우스·1만2000원

‘드라마셀러’란 드라마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의미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읽었거나 잠깐 화면에 비친 책들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셀러의 영향력이 거세지면서, 어떻게든 책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심지어 드라마 제작사가 출판사에 간접광고 형식으로 수억 원대의 제작 지원금을 요구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지니고 있는 드라마셀러는 출판시장에서 ‘양날의 검’처럼 여겨진다.

최근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에 등장했던 책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좀비 아이> <봄날의 개> <손, 아귀>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 모두 5권의 책이 나란히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싸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책은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노골적인 간접광고(PPL)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자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도구로 책이 활용됐다. ‘동화는 꿈을 심어주는 환각제가 아니라, 현실을 일깨워주는 각성제’라는 철학을 가진 동화작가 고문영이 여러 편의 동화를 직접 쓰고 읽어주면서 드라마 속 인물들과 시청자들에게 아픔을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법에 대해 전했다.

<싸이코지만 괜찮아>는 기대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완성도 높은 탄탄한 드라마였다. 삶의 무거운 짐에 지친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문상태, 그리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동화작가 고문영. 치유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각자의 상처가 서로 부닥치면서 위로와 용서 그리고 사랑으로 승화됐다. 이 과정에서 동화작가 문영이 쓴 동화들은 드라마에 깊이를 더했다. 첫 회에서 어두운 조명 아래 강태가 읽어내려간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은 아픈 기억을 애써 참으며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대변해주는 동화였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동화 속에서 마녀가 소년에게 들려준 말은 사실상 강태가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마지막 회에 등장한 문영의 마지막 동화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는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주인공들의 변화와 성장을 그려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드라마 전체가 마치 한편의 동화책 같았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동화책의 출간을 기다렸고 동화책을 읽은 후에는 다시 드라마 다음 회를 기다렸다.

드라마와 책의 제대로 된 컬래버레이션, ‘컬래버셀러’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싸이코지만 괜찮아>는 드라마 속에 여러 책을 등장시키고 그것을 실제 출판시장에 선보임으로써, 미디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책이 하찮은 소품이나 간접광고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기존 드라마셀러의 한계를 넘어 책과 드라마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주목받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다른 그림동화와 비교해 절반가량으로 얇은 책인데 가격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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