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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리커버 열풍의 ‘마태효과’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9:39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존리 지음/지식노마드·1만5000원

대한민국 주식 투자 열풍의 진원지로 알려진 책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지식노마드).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해 검색창에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을 입력하면 같은 제목의 책이 무려 ‘세 권’이나 검색된다. 2020년 1월, 2020년 8월, 2020년 10월에 각각 출간된 책들이다. 왜 같은 제목의 책이 세 권이나 검색되는 걸까? 출판사가 초판 발행 이후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과 ‘2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출간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 번이나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의 판매 추세라면 30만 부 돌파도 머지않아 보이고 또 다른 리커버 에디션도 출간될지 모른다. 존리 대표의 인기에 힘입어 2016년에 출간됐던 그의 다른 책 <엄마 주식 사주세요>도 최근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 역주행을 기록했다.

리커버(표지 갈이)는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불황기 생존 전략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16년 특정 온라인서점의 한정판 마케팅 제안으로 세계고전문학을 부활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다가, 올해 들어서는 1~2년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책들도 리커버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재출간되고 있다. 리커버의 이유도 다양하다. 10만 부 기념, 10주년 기념, 영화화 기념, 여름 시즌 기념 등 온갖 기념할 이유를 갖다 붙여 새로운 표지 디자인으로 갈아입고 마치 신간인 양 서점가에 등장한다. 이렇게 표지 디자인을 바꿔 신간 흉내를 내면 다시 서점 매대 위로 올려져 진열되거나 온라인서점 초기 화면에 노출될 수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등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들 가운데 리커버 에디션이 제법 많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리커버 에디션 전략으로 서점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출판사는 서점의 집중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 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같은 내용의 책을 표지만 바꿔서 출간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 기만 행위’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고, 출판업계 내부에서도 출판사들이 신간 기획과 출간에 정성을 기울이기보다는 불황을 틈타 ‘스테디셀러 우려먹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1년에 8만 종의 신간이 쏟아져나오는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웬만한 책들은 출간된 지 3개월이 지나면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리커버 열풍은 새로 출간된 신간들보다 구간 히트작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신간들이 차지할 화면과 매대 노출을 독차지하는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서점 입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구간의 리커버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고 매출 증대를 위해 리커버를 집중 홍보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된 출판시장에서 리커버 열풍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마태복음 13장 12절) 리커버 열풍이 ‘있는’ 출판사 책들만 자주 노출시켜 더욱 넉넉하게 하고 ‘없는’ 출판사 책들의 홍보 기회마저 빼앗는 것은 아닌지, 리커버 열풍의 ‘마태 효과’를 개선할 방법은 무엇일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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