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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스파이크 단백질’ 감염과 백신의 열쇠

등록 2020-11-20 05:00수정 2020-11-20 10:14

[책&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코로나 사이언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획/동아시아(2020)

코로나19는 인간에게 새로운 병원체다. 인류가 이전에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다는 말인데 과학자나 의료진들은 정체를 모르는 적과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시급히 코로나19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감염되는지를 밝혀야 전염병 증식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개월 동안 한국의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분석한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펴낸 책 <코로나 사이언스>는 기초과학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값진 성과물이다. 

이 책은 짧은 논문 형식의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에서 그림 한 장, 수식 한 줄은 놀랄 만큼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예컨대 코로나 바이러스 그림은 바이러스 막 표면에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촘촘히 붙어 있다. 2020년 2월 극저온 전자 현미경(Cryo-EM)은 보다 정교한 코로나19의 입체구조를 밝혔다. 2017년 노벨상을 받은 극저온 전자 현미경 기술 덕분에 생체 분자를 3차원 이미지로 분석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의 구조를 본다는 것이 사실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코로나19의 사진이나 모형, 유전자 지도 등에는 비싼 장비와 과학자들의 엄청난 노고가 들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면 바이러스의 주요 원리, 감염경로, 치료전략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처한 기본 과제는 4가지다. 어떻게 인간 숙주로 옮겨 갈 것인가? 어떻게 숙주의 몸속 세포를 뚫고 들어갈 것인가? 어떻게 세포의 내부 기관과 자원을 이용해 자신을 복제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숙주 세포에서 탈출할 것인가? 코로나19는 이러한 ‘전파’와 ‘복제’라는 두 가지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생겼다. 바이러스 막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자신의 유전체를 세포 안에 집어넣는 역할을 한다. 이때 사람의 혀, 호흡기, 장내 상피세포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수용체’와 결합하고 ‘단백질 가위’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분을 자른 뒤 바이러스막과 세포막이 융합된다.

<코로나 사이언스>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작동을 입증하는 자료가 많이 제시되고 있다. 그림과 설명에서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징이 강화되면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전령 RNA’(mRNA)다. 인간의 세포에 들어가서 코로나19와 똑같은 ‘가짜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라는 명령문이다. 이 백신의 원리는 면역세포들이 가짜 스파이크 단백질과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스스로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4월에 완성된 코로나19의 유전자 지도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한 뒤에 복제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다른 논문들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점들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코로나 사이언스>는 증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사실의 명료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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