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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는 누구지?…‘어른이’를 위한 그림책

등록 2020-12-18 04:59수정 2020-12-18 10:13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이게 정말 뭘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주니어김영사·1만3000원

갑작스러운 어린이의 질문이 어른을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뻔한 질문이라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답하려니 어려운 질문들, 얼굴이 빨개질 만큼 부끄럽게 만드는 송곳 같은 질문들이다. 지난달 말 출간돼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게 정말 뭘까?>(주니어김영사)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다. 주인공 아이들이 시선을 옮겨가며 문득 떠오른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제법 묵직하다. ‘학교란 뭘까?’ ‘즐겁다는 건 뭐지?’ ‘행복이란 대체 뭘까?’ ‘나는 도대체 누구지?’ ‘정의란 뭘까?’ ‘용서는 뭐지?’ ‘뭘까? 뭐지?’ 등 50쪽짜리 그림책에는 열두 가지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즐거운 상상과 생각이 소개된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그림책 작가다. 신간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국 출판사들의 판권 계약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계약금(선인세) 규모도 최고 수준이다. 신간을 기다리는 열혈 독자들도 상당수 있어서 출간되는 책마다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비롯해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마음일까?>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북돋게 하는 그림책을 소개하더니, 최근 들어 작가는 <만약의 세계> <있으려나 서점>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과 같이 어른들의 상상력까지 자극하는 그림책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책 <이게 정말 뭘까?>는 그림책이라고 해서 절대로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만화 같은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림 곁에는 답변하기 제법 까다로운 질문들이 등장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은 철학적이고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어른들에게 책은 질문한다. ‘겉모습’이란 뭘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까…? ‘일’이란 뭘까…? ‘돈’이란 뭘까…? ‘시간’이란 뭘까…? ‘뭘까’란 뭘까…? 바쁘다는 핑계로, 어른이라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인생 질문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반복해서 묻는다.

우리는 왜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계속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까? 자기계발서에 등장할 법한 질문에 책은 그림책답지 않은 답변을 내놓는다. “갑자기 ‘지금부터 마라톤을 뛰세요.’라고 하면 그렇게 오래 달릴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마라톤 선수는 매일 달리고 연습하기 때문에 장거리도 달릴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도 뇌를 사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조금씩 연습해야 해요. 금방 잘 생각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곧장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요. 어른이 되어도 모르는 것은 많아요.”

요시타케 신스케 책 제목의 대부분이 ‘의문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작가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이처럼, 작가는 어린이의 관점으로 돌아가 어른들에게 질문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를 허무는 질문들로 구성된 ‘어른이’를 위한 책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읽어야 하는, 오히려 어른이 읽고 오랫동안 생각하며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봐야 하는 철학적인 질문 그림책이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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