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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BTS·유재석도 읽는 76살 ‘풀꽃’ 시인, 자세히 볼까요

등록 2021-05-21 04:59수정 2021-05-21 11:43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 SNS·서점 모두 휩쓸어
치장하지 않은 언어와 이해하기 쉬운 비유, 다정한 시선의 힘
tvN 갈무리
tvN 갈무리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나태주 지음/&(2021)

지난 4월14일 한 예능 프로그램(<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멋진 모자를 쓴 할아버지 한 분이 등장했다. 그는 재치 있는 입담과 장난기 섞인 말투로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를 들었다 놨다 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그렇게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시를 읽으면 어렴풋하게 그려지는 시인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솔직했고 담백했고 순수했다.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추천해 화제가 되고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더니, 최근 서점가에서는 다시 나태주 시인 열풍이 불고 있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풀꽃>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등, 주요 서점의 시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들이 줄서기를 하고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한 시인이 쓴 여러 시집이 이렇게 동시에 큰 사랑을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나태주 시인의 시를 즐겨 읽고 앞다퉈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롭다.

tvN 갈무리
tvN 갈무리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떤 매력을 가진 걸까. 그의 시는 여러 로맨스 드라마에서 자주 인용된다. 특히 주인공이 수줍은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한다. 화제의 드라마 <남자친구>에서는 박보검이 연인인 송혜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그리움’이라는 시를 읊었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드라마에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그의 시가 치장하지 않은 일상적인 언어와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독 ‘나’와 ‘너’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먼 나라 사람 이야기가 아닌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로 들린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바닥으로 추락한 자존감을 끌어올려 준다. 

&nbsp;tvN 갈무리
 tvN 갈무리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는 무려 500쪽에 육박하는 엄청난 두께의 시집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이후 쓰기 시작한 5천여 개의 시들 가운데 400여 개의 시만 추린 ‘스페셜 시집’이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시인은 자신의 인생 전체가 이 한 줄의 문장에 요약되어 있으며, 부모나 주변의 반대에도 막무가내로 밀고 온 길 덕분에 현재의 자신이 존재한다고 전한다.

그런데 아뿔싸! 고3 아들의 방에서도 이 시집이 발견됐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라는 제목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차마 하지 못해 제 책상 위에 떡하니 이 시집을 올려놓은 것일까, 학업 스트레스와 불안한 상황에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것일까, 고3 아들의 책상에서 이 시집을 발견한 부모의 마음은 왠지 불안해진다. 그냥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시집이라서 한 권 사서 들고 들어온 것이길, 머리 아플 때 한 편씩 시를 읽기 위해서이길, 제발 별다른 의미가 없기를….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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