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성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부천필 제공
“다양한 연주 레퍼토리로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로 다가서겠습니다.” 지난 1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선임된 장윤성 서울대 교수는 9일 서울대 음악대학 콘서트홀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부천필은 경기도 부천시가 1988년 창단한 지방자치단체 오케스트라로, 국내 최초로 말러·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완주해 주목받았다.
부천필은 25일 부천시민회관,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장윤성 상임지휘자 취임 연주회를 연다.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과 이탈리아 작곡가 알프레도 카셀라 교향곡 2번을 연주할 계획입니다.”
생상스 교향곡 3번은 악기의 제왕이라 불리는 오르간이 제목에 전면 등장하는 만큼 겹겹이 쌓이는 화려한 선율을 자랑한다. “2023년 준공될 부천필 상주 콘서트홀인 부천아트센터에 공공기관이 짓는 클래식 음악홀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들어옵니다. 이번 연주는 앞으로 만들어나갈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대한 결의가 담겨 있죠.”
프랑스와 이탈리아 곡을 연주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부천필은 말러와 브루크너 팬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자체 오케스트라로 하기 힘든 독일권 정통 클래식을 완주했습니다.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고 좀 더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앞으로 러시아, 핀란드 등의 곡도 연주할 생각입니다.”
장윤성은 취임 연주회에서 협연자 없이 교향곡으로만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포커스를 부천필 단원에게 맞추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실 부천필 전임 상임지휘자는 부천필 법인화를 놓고 단원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임기를 남겨 놓고 사퇴했다. 장윤성은 법인화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단원들은 연금과 고용의 질이 하락할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고용을 연장해주고, 대신 정년을 연장받은 단원은 시민을 위한 클래식 교육을 하는 ‘부천 모델’ 등 가능한 여러 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간 쌓아온 부천필의 연주력과 합주의 노하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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