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를 맞아 극장가는 감동부터 액션·공포·애니메이션까지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렸다.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은 안전한 극장에서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들을 소개한다.
추석엔 가족이지
<기적>은 우리나라 최초 민자역사인 경북 봉화의 양원역을 모티브로 삼아 순수 천재 소년의 꿈과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임윤아·이성민·이수경 등 주·조연 배우들은 웃음과 감동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요, 카세트테이프, 비디오 등 소품들이 등장해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추석 연휴 가족들이 보면 기분 좋아질 영화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극장판 짱구를 권한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아이들의 낙서가 사라져 붕괴 위기에 처한 낙서왕국이 낙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지구를 침공하자, 이에 맞서는 짱구와 낙서 용사들의 활약을 그렸다.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도 또 다른 선택지다.
액션은 못 참지~
<보이스>는 액션 스릴러 맛집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처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을 그렸다. 익숙해서 경계심마저 흐릿해진 보이스피싱 범죄의 악랄한 실상을 리얼함과 디테일로 되살려냈다. 온몸 내던진 액션을 펼친 변요한의 연기 변신이나, 교활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악역을 매끄럽게 소화한 김무열도 매력적. 변요한 버전의 <테이큰> 같은 영화로, 연인·친구와 보기 강추!
과거 명절 때마다 우리를 즐겁게 해준 쿵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시안 슈퍼히어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추천한다. 버스와 건물 외벽 액션 신은 청룽(성룡)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고, 용의 출현 등 중국 신화를 마블 특유의 유머와 곁들여 먹기 좋게 내놓았다. 홍콩 영화로 익숙한 량차오웨이(양조위), 량쯔충(양자경)의 모습도 반갑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공포에 진심이라면
<말리그넌트>는 대표적인 공포 프랜차이즈인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축한 제임스 완 감독의 신작이다. 폭력적인 남편의 죽음 이후, 연쇄살인 현장에 초대된 매디슨(애너벨 월리스) 앞에 어릴 적 상상 속의 친구 가브리엘이 진짜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개봉하는 <캔디맨>은 거울을 보고 이름을 다섯번 부르면 나타나는 미지의 존재 ‘캔디맨’을 둘러싼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겟 아웃>과 <어스>로 감독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조던 필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영화 <말리그넌트>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한국 영화 ‘찐팬’이라면
김윤석·조인성 주연의 소말리아 탈출 실화 기반 영화 <모가디슈>, 황정민 주연의 리얼 납치극 <인질>, 차승원·김성균 주연의 재난 코미디물 <싱크홀> 등 최근 한국 영화 흥행세를 이끈 세편도 여전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독립영화를 좋아한다면, 지하철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언더그라운드>, 10대들의 출구 없는 상처를 그린 <최선의 삶>, 20대들의 엉뚱발랄한 일상을 흥미롭게 담은 <생각의 여름>을 권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