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엔엘(SNL) 코리아> 주현영 기자의 영상이 화제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누구나 겪었던 신입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설펐고 실수투성이였던 그때의 기억은 언제나 ‘이불 킥’을 부른다. 여기 일본판 주 기자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 지역 방송국 <에이치티비>(HTB)의 사고뭉치 신임 기자 유키마루다. 이 드라마는 갓 입사한 유키마루와 동기 6명을 중심으로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리의 강원 민방과 비슷한 홋카이도 지역 방송국 <에이치티비>가 2019년 창사 50주년을 맞아 만들었다.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지역 방송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도 신기한데 제목도 재미있다. <채널 고정>!
<채널 고정>은 기자, 교양 피디, 기술직, 광고팀, 편성팀, 아나운서팀이 등장한다. 그래서 드라마에는 방송국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효율성을 들이대며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외부 드라마를 수급하려는 편성국장. 보도국 뉴스 때문에 광고가 철회돼서 난감해진 광고국. 지금 당장 시청률을 올리라며 닦달하는 교양팀장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겪었고 지금도 다니고 있는 우리 방송국과도 너무 닮았다.
유키마루가 뽑힌 이유는, 평범한 지원자들을 보면서 한명쯤은 ‘돌+아이(I)’를 뽑자고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지정 바보’라는 말로 번역되는데, 바보 같은 신입이 사고를 치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고, 조직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마음이 순수한 유키마루는 결국 엄청난 특종을 하게 되어 위기의 방송국을 살려낸다.
사사키 노리코의 만화가 원작이다. 사사키는 홋카이도 출신이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드라마 속에는 만화 같은 화면 구성과 기발한 자막들이 난무한다. 특히 항공촬영에서 시작해서 재난 특보를 준비하는 긴박한 방송국 내부까지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첫 장면과 방송국의 다양한 인물들을 한번에 보여주는 엔딩 타이틀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신입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유키마루처럼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 처음 배정되었다. 그때 주어진 일은 컴퓨터그래픽(CG)실에 가서 아침 주요 뉴스의 그래픽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그런 간단한 일도 제대로 못해서 입사 3일 만에 블랙 화면을 송출했던 기억이 있다. 선배들이 “신입사원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신 수습해준 덕분에 아직도 방송 일을 하고 있다. 혹시 내가 ‘지정 바보’는 아니었을까 의심해본다. 가을이 왔으니 이제 신입사원 채용이 시작되었다. 신입사원들이 또 얼마나 사고를 칠까 걱정이지만, 호랑이 새끼가 커가는 걸 보는 건 항상 떨리면서도 재미있는 일이다.
박상혁ㅣ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