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의 머릿속을 들어가 볼 수 있는 열쇠가 있다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소중했던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나를 괴롭히던 기억들이 있다면 깨끗이 지워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기묘한 이야기>를 섞어놓은 듯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크 앤 키>(Locke and Key). 자물쇠(lock)와 열쇠(key)라고 읽기 쉽지만, 로크는 비밀을 간직한 가족의 성(last name)이다. 미국식 말장난이며 잠겨 있는 비밀의 세계를 열 수 있는 열쇠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시애틀의 한 고등학교 상담교사였던 렌덜 로크는 집에 찾아온 학생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다. 충격을 받은 가족들은 렌덜이 어린 시절 살았던 로크 집안의 오래된 저택으로 떠난다. 가족들은 이 집이 처음이다. 마을 사람들도 꺼리는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다. 바로 이곳에서 어머니와 세 아이는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고 낯선 집과 학교에도 적응해야 한다.
어린 막내는 우물 속에서 들리는 이상한 목소리에 이끌려 첫번째 열쇠를 찾아낸다. 신기한 것은 이 집 곳곳에 많은 열쇠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열쇠들은 각기 다른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 원하는 곳으로 공간 이동 할 수 있고,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열쇠도 있다. 유령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이 열쇠들이 죽은 아버지가 어릴 때 들려주었던 동화, 어부들이 괴물에게 공격받았고 그 괴물을 해안 동굴에 가두었다는 이야기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데,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이 이야기를 만들었고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했다. 만화만큼 드라마도 큰 인기를 얻었다.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등 각종 시상식에서 판타지 티브이 시리즈 부문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시즌1 마지막 편에 등장하는 요원을 눈여겨 보자. 원작자 조 힐이다
<로크 앤 키>가 특별한 이유는 가장 익숙해야 하는 집이 마법의 공간이며 집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수많은 비밀들이 엮여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버지도 어린 시절 이 집에서 열쇠를 발견했다는 것과, 아버지의 죽음이 이 열쇠들과 관련 있다는 사실들을 알게 된다. 열쇠의 능력은 유용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호기심은 막을 수 없고 그래서 점점 더 미스터리한 세계로 빠져든다. 열쇠가 많은 만큼 엄청난 `떡밥'과 비밀들이 있다. 스포를 하나 하자면, 열쇠 중에는 얼굴을 바꿀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그러니 드라마 속 누구도 믿지 말라!보다 보면, 이 드라마가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토대로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집 자체가 사람의 머릿속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심리적 고통의 원인이 되는 감정의 집합체인 콤플렉스와 트라우마, 무의식이 행동으로 실현되는 과정,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얼굴인 페르소나,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와 같이 심리학 용어들로 설명할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머릿속을 시각화한 장면에서는 특히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로크 앤 키>는 아이들의 판타지물이지만 미국의 역사와 사후 세계, 다른 차원의 세계까지 한없이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아직 풀지 못한 비밀이 많고 그래서 열쇠도 계속 필요하다. 현재 시즌3이 제작 중이니 시즌1·2를 서둘러 완주하고 기다려 보자. 그나저나 나도 열쇠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아, 죄송합니다.
박상혁ㅣ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