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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동성 연인’ 살인 청부…영국 최대 정치스캔들

등록 2021-12-04 06:59수정 2021-12-04 22:03

[박상혁의 OTT 충전소]
왓챠 제공
왓챠 제공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 거물이 동성애자였고, 이 사실을 말하고 다니는 옛 애인을 죽이려고 살인을 지시했다가 발각된다. 이거 실화냐고? 실화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두 신사의 치정 참극’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은 영국 <비비시>(BBC)에서 2018년 방영했고, 국내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 볼 수 있다.

1960년대 영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최대의 정치스캔들이 모티브다. 제러미 소프는 영국에서 20년간 국회의원을 했고, 10년 동안 영국 제3당인 자유당 당수를 맡은 거물 정치인이다. 그는 친구네 마구간을 청소하는 노먼 스콧과 동성애를 나누며 연인으로 지내다가 이별한다. 둘은 각자 결혼도 하고 잘 살지만, 노먼은 생활이 어려워질 때마다 제러미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자신은 제러미의 연인이었다고 말한다. 제러미는 그런 노먼을 죽이려고 살인을 청부한다. 제러미는 말한다. “만약 내 얘기가 알려진다면 난 머리에 총을 쏘고 죽어버릴 거야!”

휴 그랜트와 벤 휘쇼. 두 배우의 호흡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휴 그랜트는 <러브 액츄얼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으로 유명한 로맨틱 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만, 여기에서는 비열하고 재수 없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어설픈 정치인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향수>로 유명한 벤 휘쇼는 마구간 청소부부터 모델까지 다양한 직업을 오가면서 롤러코스터급 감정 변화를 잘 표현한다.

왓챠 제공
왓챠 제공

노먼은 사회적 약자이며 위축되어 있고 슬프고 외롭다 . 제러미와의 일을 위기의 순간마다 떠벌리고 다니지만,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끝맺는다. “그를 사랑했다. 난 그의 애인이었다”. 하지만 제러미한테 노먼은 그냥 한때 잠시 놀았던 사람, 이제는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 노먼이 제러미한테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터를 도망쳐 나와 사회보험 증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먼은 변변한 일을 구할 수 없고, 권력이 있는 제러미가 이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두 남자는 동성애자라는 것 빼고는 공통점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는 않는다. 제러미는 거물 정치인이지만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것에 콤플렉스가 있다. 자유주의적 주장을 자신 있게 펼치지만, 의회에서는 제3당일 뿐이며 라이벌 국회의원이 호시탐탐 자신의 자리를 노린다. 그래서 동성애 합법화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권력의 암투를 그린 정치 드라마로, 청부 살인을 다룬 스릴러로 느껴질 수도 있다. 편견에 맞서는 동성애 드라마이면서 권력형 미투 사건에 주목한 앞선 작품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보는 내내 차별금지법이나 우리나라 정치판의 여러 사건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사고 친 아저씨들의 거대한 블랙코미디에 웃음이 쏟아질 수도 있겠다. 정치인을 협박하거나 살인을 공모하는 장면에서도 유쾌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영국식 유머가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단 3회, 총 3시간 동안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촘촘히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닥터 후>의 작가가 집필했고, 다른 제작진들도 참여했다니 의미와 유쾌함을 섞어내는 솜씨가 오죽할까. 정치의 시간이 다가오는 요즘 보기 딱 좋은 드라마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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