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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뮤지컬처럼 네 마음이 노래에 실려온다면

등록 2021-12-24 21:43수정 2021-12-24 21:46

[박상혁의 OTT 충전소] 쿠팡플레이 ‘조이의 특별한 플레이리스트’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제공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나에게만 들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심으로 내 편인 사람을 알 수 있고 ,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험담하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전에 미리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으니 절대 차일 일은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되면 혹시 내가 더 상처받는 건 아닐까? 남의 마음을 훔쳐보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롭지는 않을까? 뮤지컬 드라마 <조이의 특별한 플레이리스트> 는 속마음이 노래와 춤으로 들리는 놀라운 능력이 생긴 조이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엔비시>(NBC)에서 방송되었고 국내에서는 오티티 쿠팡플레이에서 만날 수 있다.

조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잘나가는 인터넷 회사의 프로그래머다.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말재주도 없는 탓에 자신의 마음을 남들에게 솔직하게 전하지 못한다. 어느 날, 머리가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다가 지진이 일어나고 의사가 틀어놓은 수많은 노래가 그의 머릿속에 저장된다. 병원을 나와 길을 걷는데 갑자기 수많은 사람이 비틀스의 ‘헬프’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나만을 위한 거대한 뮤지컬. 혹시 나 지금 미친 건가?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노래와 춤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점점 생각지 못한 고민이 생겨난다. 회사 간부가 남편과 문제가 있고, 자주 가는 카페의 바리스타가 외롭다는 것처럼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일들도 알게 된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각 전부를 아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꼭 알고 싶은 사람의 속마음은 정작 들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은 축복일까? 형벌일까?

이 놀라운 능력을 분석해보니 결국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며 이를 해결해야만 뜬금없이 계속되는 뮤지컬이 멈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이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자들의 속마음을 듣게 된 남자의 행복한 삶을 우리는 이미 영화 <왓위민원트>에서 봤다. 영화에서는 그 능력 때문에 일도 잘 풀리고 사랑도 쟁취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조이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어렵게 팀장이 돼서 개성 강한 프로그래머들을 이끌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켜야 한다. 두 동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조이가 전신에 마비가 와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아버지의 속마음을 처음 알게 되는 장면은 정말 뭉클하다.

사실 누구나 뮤지컬을 꿈꿀 수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래와 안무를 짜야 하고 이를 구현해 줄 멋진 배우들이 있어야 한다. <조이의 특별한 플레이리스트>는 이 어려운 걸 완벽하게 해냈다. 일반적인 뮤지컬 드라마는 극적인 장면들에서 노래와 춤이 곁들여지는 법인데 이 드라마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오직 주인공에게만 노래와 춤으로 들린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퀸, 비틀스, 아리아나 그란데, 리애나, 에드 시런, 두아 리파 등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는데 이 모든 노래가 주인공들의 속마음에 딱딱 들어맞는 것이 신기하다. 주옥같은 노래들의 저작권을 해결한 미국 스튜디오의 자본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실리콘 밸리 근처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개발자들의 현실감 넘치는 라이프 스타일과 다양한 인종과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오피스물이다.

연말이지만 4명만 모일 수 있고 밤 9시가 넘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끄럽게 떠들고 노래 부르고 싶은 당신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완벽한 드라마다. 총과 범죄, 살인과 마약이 넘쳐나는 요즘 드라마들 속에 사랑과 흥겨움이 넘치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뮤지컬 드라마 글리나 어글리 베티를 좋아했던 분들에게는 무조건 추천이다. 드라마 속에선 이렇게 말한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만, 우리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들어 봅시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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