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실수를 한다. 대부분 들켰을 때는 곧바로 인정하고 사과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욕심 많은 사람은 이런 위기를 자신한테 닥친 시련쯤으로 생각하고 어처구니없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잘못은 잘못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진심과 스피드다. 정치도, 방송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드라마 <트루 스토리>는 하룻밤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 톱스타가 끝없는 거짓말과 조작으로 어디까지 바닥에 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키드’는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탠딩 코미디언이다. 개봉한 영화는 대박이 났고, 유명 토크쇼에도 지겨울 만큼 자주 출연한다. 지금은 스타디움 투어 중인데, 이번 공연 장소는 고향인 필라델피아다. 밑바닥 인생에서 시작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사고뭉치 형 ‘칼턴’이 늘 문제다. 형은 동생에게 또 돈을 부탁하는데, 키드는 더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 장소. 형은 동생을 위해 고향 친구들을 불렀고, 술을 끊었던 키드에게 술을 권한다. 그리고 키드는 그곳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는데, 다음날 여자가 죽어 있다.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된 순간. 드라마 <어느 날>에서 김수현은 같은 상황에서 그냥 도망치지만, 이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칼턴은 알고 지내던 마피아를 불러 주검을 유기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마피아는 엄청난 금액을 요구하고 키드는 홧김에 마피아를 죽이고 만다. 자, 이제 믿을 사람은 형제밖에 없다. 형의 처지에서는 로키를 동생으로 둔 토르의 마음이고, 동생의 처지에서는 카인을 형으로 둔 아벨의 심정이다.
제목이 <트루 스토리> 인 것은 주인공 케빈 하트 때문일 것이다. 극중 키드는 실제 케빈 하트와 비슷하다. 케빈 하트도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언이다. 미국 최초로 스탠딩 코미디로 스타디움 투어를 진행했다. 우리에게는 영화 <쥬만지>로 익숙하다. 유명 예능인이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기를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의 형 칼턴은 그 유명한 웨슬리 스나이프스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페르소나로 <모베터 블루스> <정글피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데볼리셔맨> <블레이드>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인 아내 때문에 한국 팬들에게는 ‘ 웨서방 ’ 으로 불린다. 이 톱배우 두명이 펼치는 완벽한 연기가 일품이다. 기본은 범죄 스릴러지만 , 주인공이 코미디언이기에 끝없이 유머와 개그가 이어진다. 완벽한 블랙코미디다.
키드는 끝없이 이야기한다.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길 용기는 없다. 처음에는 불쌍한 피해자로 보이는 키드가 점점 흑화돼서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변해버리는 과정이 흥미롭다. 모두가 예상하는 결론으로 끝나지만, 하나의 사건이 점점 커지고 새로운 인물이 끝없이 등장해 더 복잡해지는 전개가 엄청나서 다른 결론을 생각할 수 없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넷플릭스 순위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상위권을 차지할 때 <트루 스토리>는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미국식 유머가 통하는 영미권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고 실수가 더 큰 조작을 부르는 모습이 현실에서도 많은 지금 보기 딱 좋은 드라마다. 2022년, 정직하게 산 사람들이 더 잘되길 빈다.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