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3월에 이탈리아 볼로냐, 4월에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하는 비행기.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우리 책을 소개하는 일을 6년째 하고 있는데, 2년간 코로나로 대면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비행기표는 샀지만, 실제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요즘도 이탈리아는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명에 육박하고 콜롬비아는 1만 5천명을 오르내린다. 두 나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우리나라의 10배, 치명률은 2배가 넘는다. 오미크론 변종이 우세종이 된 나라들은 1월 말에 확진자 수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여행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역병의 상황과 향방이 오리무중이라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낯선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진다.
우리나라는 섬처럼 고립된 반도라 다른 나라로 가려면 비행기나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물이든 공기든 출렁이는 유체에 몸을 싣고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기대로, 혹은 두려움으로 가슴 떨리는 일이다. 비행기를 탈 때면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가 팔로스항을 출발하는 장면이나 닐 암스트롱의 아폴로 11호가 플로리다의 발사대에서 출발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다.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는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나라 밖으로 나가는 여행에 작은 용기라도 필요한 시간이 오니, 당치 않은 비교까지 하게 되는군. 내 마음속에서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크게 이기고 있다.
비행기 타고 익숙한 곳 가는 것도 어려워진 세상인데 어떤 사람들은 화성에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화성 프로젝트 >는 첫번째 화성인을 위한 우주 탐사 안내서다. 우리가 달에 다녀온 지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간 가장 먼 곳은 지구에서 40만㎞ 떨어진 곳인데 화성은 100배도 더 먼 곳에 있다. 인간이 오래 지낸 경험이 있는 우주 정거장은 지구로부터 겨우 400㎞ 위에 있다. 지구에서 무엇을 실어 나를 수도 있고, 위험하면 지구에 3시간 정도면 귀환할 방도도 있다. 하지만 화성에 갈 때는 모든 것을 지구와 독립적으로 해결할 물자와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물자들을 지구의 중력에서 탈출시킬 로켓마저 가진 적이 없다. 실어 나를 무게가 커질수록 연료의 무게도 커지기 때문에, 그 연료까지 중력을 이기도록 하려면 더 많은 연료를 실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영화 속에선 우주여행이 쉬우니, 우리가 쉽게 화성
혹은 그 바깥까지 오갈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실제 세계에서도 주식 가격 요동치게 만드는 장사꾼들이 곧 화성에 갈 것처럼 떠들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고요의 바다 >에서처럼 아무 데서 나 우주복 훌러덩 벗으면 바로 사망이고 장사꾼들의 설레발은 영화 <돈 룩 업>에서처럼 지구를 파괴하는 재앙이 되기 십상이다. 2032년에 화성이 지구와 가까워지지만 서두를 수 없는 까닭은 아폴로 1호, 소유스 1호, 소유스 11호, 챌린저호, 컬럼비아호에 탔던 우주인들의 희생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지 가고 싶고 화성에 도전하는 용감한 이들도 격하게 응원한다. 답답하거든.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