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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권력자 무한욕망이 부른 피

등록 2022-02-13 09:14수정 2022-02-13 09:16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앵무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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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 공부하던 연구실에서는 한번씩 모여서 자기가 공부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공부하는 시기와 지역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신기한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많이 들었다. 오래되어 많이 잊었지만, 연단술(불로불사의 선인이 되거나 불로장생 약을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 공부하던 선배가 했던 이야기는 기억에 남아 있다. 전통적으로 도를 닦는 방법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임금처럼 공무에 바쁘고 권력도 있는 사람들이 무병장수를 위해서 욕망을 참고 애를 쓰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쉬운 방법을 찾은 것이 연단을 통해 몸에 좋은 약을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 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사람들을 동쪽으로 보냈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그가 보낸 서복이라는 양반은 어린 남녀 수천명을 데리고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서복이 왔다 갔다는 전설이 부산, 거제, 남해, 제주 등 각지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늙지 않겠다는 꿈이 매력적이긴 했던 것 같다. 서귀포에는 서복 기념관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편하게 오래 살고 싶은 황제의 약한 마음을 이용한 사기꾼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불로장생을 위한 진시황의 비법이 담긴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협 활극이라기에 궁금해서 <앵무살수>를 주문했다. 만화에서 그 비법은 소림사에서 보관하던 ‘선근경’이라는 경전 안에 있었는데, 그것을 얻은 이가 딸의 몸에 새겨 숨겼다. 그리고 그 딸은 무공이 뛰어난 주인공과 함께 이 비법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을 피하고 싸운다. 여섯 권을 보았는데도 아직까지 목적지인 고려로 도망가지 못했다. 고려인인 주인공이 어떻게 중국으로 가서 무술을 닦을 수 있었는지, ‘선근경’에 담긴 내용이 불로불사가 가능한 방법이긴 한 것인지, 그것을 쓴 사람이 진시황은 맞는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에 따르면 진시황은 비법을 얻지 못했는데, 어떤 반전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많이 궁금하다.

<앵무살수>에는 요즘 인기인 전생, 차원이나 시간 이동과 같은 장치들이 없다. 역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간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부분에서 무리 없이 이야기가 전개될지 약간 걱정이 되긴 한다. 가끔 작품에 민족주의가 개입되면 이야기의 폭과 전개가 옹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걱정을 제외하면, 이 만화는 드물게 정통 무협의 방식을 택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무협은 <해리 포터>처럼 성장물인 경우가 많다.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자라 결국은 볼드모트를 쓰러뜨리는 해리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손에 땀을 쥐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처럼, 정통 무협의 독자들도 주인공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주인공의 무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것을 얻고 성장하는 과정이 회상으로라도 나오길 바라는 이유.

불로초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는데도 진시황은 50년 남짓 살고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오래 살고자 한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통일된 중국을 남겼다. 그는 큰 땅덩어리를 다스리기 위해서 전국을 36개의 군과 1400여개의 현으로 나누어 태수와 현령을 파견했다. 이전에 없었던 강력한 중앙집권을 이룬 것이다. 거기에 더해 문자, 화폐, 도로, 도량형을 통일하고 강력한 사상통제도 시도했다. 땅이 크고 사람이 많으니, 그런 조치가 없으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었으리라. 그 사정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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