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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목숨걸고 지구를 움직이다…세상을 무너뜨리는 데 매혹된 사람들

등록 2022-06-03 22:16수정 2022-06-03 23:21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ㅣ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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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은 영어로 플래닛(planet). 그 단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어 플라네테스(πλᾰνᾱ́τᾱς). 길을 헤메는 사람, 방랑자라는 뜻이다. 별과 같이 하늘에서 움직이지만 그 발걸음이 어지럽다.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하늘 위에서, 비틀거리는 행성은 불손한 존재. 얌전히 원을 그리면서 하늘을 돌다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곤 하는 행성의 운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놓고 그 주위를 하늘에 있는 모든 것들이 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옛날 사람들에게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지금 우리는 지구가 행성의 하나이고, 지구와 다른 행성들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심원의 안과 밖에서 돌고 있는 행성들이 한 행성에서 다른 행성을 보았을 때,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쉽게 설명이 된다. 하지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그 주위를 다른 천체들이 회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의 사람들에겐 행성이 가끔 거꾸로 가는 이유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해낸 것은 ‘주전원’(epicycle)이다.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원운동하면서 그 원 위에 중심을 둔 작은 원운동을 또 한다고 설명을 했다. 두개의 원운동을 동시에 하다 보면 가끔 거꾸로 도는 일이 생긴다. 이 작은 원을 주전원이라고 부른다.

늘, 버려진 이론인 주전원이 한편으로 신박하고 다른 한편으로 애처롭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고 있는 세상을 그대로 두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보려는 노력의 결정체. 천체가 이중, 삼중의 원운동을 동시에 한다는 발상은 당시에 믿고 있던 세상의 구조에 맞게 현상을 이해해보려는 몸부림이다. 물론, 지구와 태양의 위치만 바꾸면 몸을 뒤트는 것과 같은 기이한 운동을 상상하지 않아도 한방에 설명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세상을 무너뜨리는 일이 간단할 리가 없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서 떠나면, 우주의 중심으로 무거운 것이 떨어지고 가벼운 것은 멀어진다고 생각했던 운동의 이론도 무너진다. 지금은 한가하게 생각의 타래를 풀어가 보지만 지구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가 있었다. 생각이 다르다고 사람을 태워 죽이던 시대를 뚫고, 어떻게 지구가 움직인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었을까?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를 손에 땀을 쥐고 읽는다.

지구가 움직인다는 생각을 체계적으로 제안했던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7년간 고문당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했던 조르다노 브루노, 교황청의 핍박에 겉으로는 타협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창조했을 등장인물들. 기록에는 없지만, 상상으로 만들었을 주인공들. 그들이 세상과 믿음을 무너뜨릴 생각에 매혹되는지, 그리고 그 생각은 어떻게 면면히 흐르는지,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고문하고 집요하게 추적하는지, 이 책에 담겨 있다. 생각으로 편을 가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들. 때로는 그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생각과 이상을 따라 몸과 마음을 불사르지 않았다면 지구 위에서 인간은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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