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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볼매’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앓이…“찾아보게 하는” 드라마

등록 2022-07-07 20:17수정 2022-07-27 12:19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자폐 천재 변호사 활약 그려
법정 사건 자체는 밋밋한데
비혼부·여여 커플·여성 로펌 대표 등
아무렇지 않은 듯 편견 깨
박은빈 디테일 연기도 한몫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시청률이 드라마 성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부터 안 할 수가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달 29일 첫 방송 시청률이 0.9%(닐슨코리아 집계)였다. 하지만 지난 6일 방송에선 무려 4%를 기록했다. 단 3회 만에 4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방영 채널이 케이티(KT)그룹의 케이블 채널 <이엔에이>(ENA)로 다소 낯선데도 시청자들이 본방송을 챙겨 본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청자들이 재미있으면 찾아가서 본다는 말의 뜻을 알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천재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휴먼 법정물이다.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편견을 깨고 성장하고, 진실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법조인과 비교되면서 장애란 무엇인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이유로 이 드라마는 따뜻하지만 한편으론 진부한 느낌도 준다. 2013년 서번트증후군 판정을 받은 소아외과 의사(주원)가 아동을 치료하던 <굿닥터>(KBS2)처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 이전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애인 역할을 장애인이 연기할 정도로 드라마에서도 사실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자폐의 천재적인 면만 강조한 설정은 비현실적인 데다가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상하게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3회 만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비현실적이더라도 괜찮다. 과장되면 어떤가. 씩씩한 우영우만 보면 행복해진다. 힘이 난다’는 식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른바 ‘우영우 앓이’를 넘어 ‘우영우 충전’론까지 나온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이런 평가는 속속들이 진일보한 캐릭터와 장면들 때문이다. 이 드라마 역시 극중 우영우와 비슷하다. 그냥 보면 이전 작품들과 비슷해 보이는데 들여다보면 다른 지점이 많다. 우영우는 장애를 감추려고 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며 오히려 ‘자원’ 삼아 자신의 성장을 도모한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살인 미수 사건 피고인의 변론을 맡을 변호사를 정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우영우는 이렇게 말한다. “사정이 딱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는 장애만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고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동료들이 장애인 주인공을 대하는 마음은 극단적이었다. 무시하거나 돕거나. 이 드라마에서 동료들의 ‘편견 없는’ 냉혹함과 ‘이래도 괴롭고 저래도 괴로운’ 상황은, 장애를 대하는 우리의 여러가지 태도를 드러낸다.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하윤경)은 “어설픈 모습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면 정작 걔는 1등 하고 나는 뒤처지”는 결과가 싫으면서도, 회사 회전문을 통과 못 하는 우영우를 목격하고 돕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상하다’와 ‘특별하다’ 사이에서 그저 이상하게 보였던 우영우라는 인물이 차츰 특별한 인물로 보이게 되는 그 지점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강력한 힘이다”라고 말했다.

통상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등장시키는 ‘비혼모’ 대신 ‘비혼부’(우영우 아버지)를 선택했고, 남남 커플이 아닌 여여 커플로 성소수자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우영우와 함께 대형 로펌의 수장을 여성으로 앉히는 등 아무렇지 않은 듯 편견을 부순 점도 흥미롭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정덕현 평론가는 “법정드라마는 주로 캐릭터에 집중해 법정에서 다루는 사건이 강하지 않다. 이 드라마는 우영우의 독특한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관점이 제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등장하는 법정드라마지만 편견을 깨는 캐릭터가 주는 반전과 감동이 이 드라마의 진짜 묘미인 것이다. 예를 들어 1회 ‘노부부 폭행사건’에서 우영우는 동료 변호사들 모두가 흉기로 쓰인 다리미에 경도되어 있을 때 자신만의 시각으로 피의자 죽음의 진짜 이유인 지병을 찾아내는 식이다.  

모처럼 만난 선한 인물, 선한 드라마인 점도 시청자들을 웃게 만든다. 요즘 드라마에서 세상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그런 세상을 구하려는 주인공은 악인보다 더 악해져야 한다는 명제를 깔고 시작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우영우처럼 선한 사람이 답이라고 말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약자가 법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누군가를 변호해주고 그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더 큰 휴먼드라마의 감동을 준다”며 “우영우는 법정에서 이기기보다는 당사자들의 행복한 삶을 더 지지하고 그 손을 들어준다. 이것은 여타의 법정드라마들과 다른 이 드라마만의 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 현장.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 현장. ENA 제공

드라마의 이런 장점들은 박은빈을 만나 더 빛났다. 박은빈은 이 드라마 성공의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폐 캐릭터는 배우들에게는 부담이다. 조심해야 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전에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과의 비교도 감수해야 한다. 박은빈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우영우를 사랑스러운 인물로 빚었다. 그게 자칫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현실의 우영우들이 슬퍼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우영우를 보며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은 듯 하다. 배역 소화력을 떠나서 우영우를 통해 박은빈의 탄탄한 기본기도 증명됐다. 그의 똑부러지는 대사 전달력은 방영 때마다 화제다. “대사도 많고 속도까지 빠른데 발음이 또렷하게 다 들린다”는 온라인 댓글이 즐비하다.

정덕현 평론가는 “박은빈은 <청춘시대>(JTBC)에서는 보이시한 매력을 드러냈고, <스토브리그>(SBS)에서는 씩씩한 캐릭터를 소화해냈으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SBS)에서는 순수함과 수줍음을 오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또 <연모>(KBS2)에서는 어려운 사극을 잘 소화해냈다”며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원톱 배우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 문지원은 제작진을 통해 “우영우는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씩씩해서 응원하고 싶은 사람인데 그런 모습이 박은빈의 장점 속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우영우가 애정하는 동물 고래를 소품과 컴퓨터그래픽(CG) 등으로 섬세하게 구현한 연출도 시청자가 우영우의 세계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준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디테일을 잘 살린 점이 시청자들이 나도 모르게 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우영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몇초 뒤에 들어가는 행동이나, 침대에 폭신한 인형을 많이 둔 것 등 과장된 설정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행동인 것이 많다. 이 드라마는 이것이 바로 디테일이라고 내세우지 않았을 뿐,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곳곳을 섬세하게 만졌다. 누리꾼들은 “그런 것들이 나도 모르게 우영우에 빠져들게 한 것 같다”며 ‘추앙’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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