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OTT 충전소] 미국 드라마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나의 대학 시절에는 졸업하면, 취업 아니면 자격증이었다. 요즘 대학생의 선택지에는 매력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타트업 창업이다. 청년들에게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아이티(IT) 기술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기회가 열려 있다. 성공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빈털터리, 최악의 경우 감옥행이다. 어쩌면 인생을 건 거대한 도박판이다. 세계 최고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뒷면을 파헤친 파라마운트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슈퍼 펌프드:우버 전쟁>은 그래서 매 순간 아드레날린이 터질 듯하고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티빙이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제휴하면서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친구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이티 기술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차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시작할 때부터 미국의 기존 법·제도와 충돌을 일으킨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택시업계, 운수업계를 대변하는 정치인들과 맞서야 한다. 트래비스는 그들에게 소리친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만난 느낌이 이런 거군요.’ 그래서 초반에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느낌이다. ‘세상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변화는 우리가 만드는 거야.’
하지만 트래비스는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기술을 이용해 우버의 성공을 위협하는 자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해킹을 일삼는다. 자신의 성공은 기득권과 싸워 이룬 결과라고 자랑하지만, 독점을 위해서 후발업체를 짓밟는다. 이미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왕이자 신이다. 도덕적인 타락도 이어진다.
유니콘 기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몸집을 키워야 한다. 성장이 아니면 사장된다(“Grow or Die!”). 하지만 에인절 투자자는 천사가 아니며 자신의 역할과 투명성을 요구한다. 트래비스의 독선적인 경영을 참고 있지만, 인내심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스타를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회사 대표, 나의 노력 때문에 회사가 돈을 번 거라고 믿는 스타. 연예 비즈니스의 경우라면, 스타가 회사를 떠난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어쩌면 시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걸 주식시장에서는 좋은 말로 ‘손바꿈’이라고 표현하는 것뿐이다. 과연 우버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드라마를 더욱 쫄깃하게 만든 것은 우리에게 영화 <500일의 썸머>로 유명한 조셉 고든레빗의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 덕분이다. 로맨틱 영화의 달달한 주인공으로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은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일 것 같다. 트래비스의 조력자로는 카일 챈들러, 우마 서먼이 등장하여 긴장감을 자아낸다.
기업 내부를 다룬 드라마지만 연출은 화려하고 세련됐다. 파리 에펠탑 앞에서 행복한 트래비스가 갑자기 크로마키 앞에 서 있는 모습으로 전환되며 그의 거짓말과 착각이 드러난다. 경쟁자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게임 화면처럼 그려서 세상을 정복하려는 트래비스의 욕망을 표현한다. 모든 장면이 뮤직비디오처럼 톡톡 튄다.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리더는 분명 혁신기업을 만든다. 그러나 혁신기업을 만든 사람이 반드시 혁신적이거나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다. 우버와 트래비스는 어떤 쪽일까? 우버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하지만, 세상에는 더 큰 공룡이 있다. 아차 하는 순간 잡아먹힌다. 그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의 유명 인물들이 등장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슈퍼펌프드>는 우버를 파헤친 <뉴욕타임스> 아이티 전문기자 마이클 아이작의 논픽션 제목이다. 우리말로 하면 ‘열정을 폭발시켜라’는 뜻이다. 트래비스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성공 방정식이다. 열정을 폭발시켜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지만, 그 열정이 발목을 잡고 결국 트래비스는 자신이 만든 우버에서 쫓겨난다. 쓸쓸하게 우버를 떠나는 트래비스는 집으로 돌아갈 때 자신이 만든 우버를 이용할까? 아니면 대립각을 세웠던 택시? 궁금하면 지금부터 정주행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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