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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우영우 창조자’ 문지원 “‘이상한’이라는 단어에는 힘이 있어요”

등록 2022-07-26 18:28수정 2022-07-27 18:17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가 기자간담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 이엔에이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 이엔에이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이엔에이)는 영화 <증인>을 쓴 문지원 작가의 작품이다. 문 작가는 앞선 <증인>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지우(김향기)의 이야기를 다뤘다. 시청자들은 지우가 성장해 변호사가 되는 꿈을 이뤘다며 두 작품의 세계관을 연결시킨다. 문 작가는 시청자들의 이런 풀이를 두고 ‘두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지우가 현실에서 살고 있다면 ‘우영우’란 드라마를 본방사수할 것 같아요. 가끔 그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문 작가는 ‘우영우’를 통해 장애인 캐릭터의 관계성이 집중하며 한국 드라마를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6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유인식 피디(PD)와 함께 기자간담회에 나섰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우영우> 열풍이다. 인기를 실감하나.

“연락이 안됐던 분들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 커피숍에 갔는데 한쪽 테이블에서 태수미(진경)는 왜 우영우(박은빈)를 버렸을까에 대해 토론하고 있고, 버스를 탔는데 옆자리에서 ‘우영우’를 보고 있는 걸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태수미와 우영우가 재회하는 장면은 자주 봐왔던 신파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다르게 흘러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 출생의 비밀이란 코드를 넣겠다고 했을 때 제작사 등 주변에서 우려도 있었다. 새롭고 신선한 것을 해야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클리셰를 가져오는 거니까. 그런데 제가 영화를 계속하던 사람이어서 드라마 문법에 익숙하지 못해서인지 제 나름대로 해석된 결과들이 나온 것 같다. 하나하나 문법이나 장치를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 관계에 집중해서 풀어내자 했는데 많은 분이 좋게 반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우영우 친구의 이름이 동그라미(주현영)다. 자폐인들이 동그라미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와 관련 있나.

“그렇지는 않다. 자폐인들이 동그라미를 선호하기 때문에 ‘베스트 프렌드’(제일 친한 친구)의 이름을 동그라미로 지은 건 아니다. 저는 동그라미가 영우의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정신적 지주이면서 영우보다 어떤 면에서 더 이상한 데가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서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개성 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저와 피디님이 여러 후보를 놓고 고른 이름이다.”

―작가는 전작인 영화 <증인>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뤘다. 영화 속 캐릭터가 드라마로 성장하는 느낌도 있다.

“드라마 시작 배경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3년 전 어느 날 에이스토리 피디들이 저를 찾아와 <증인>의 지우 캐릭터가 성인이 되었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한지, 그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만드는 게 가능할 것 같냐고 물었다. 저는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고, 제가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토리가 기회를 줬고,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드라마 &lt;이상한 변호사 우영우&gt;를 쓴 문지원 작가. 이엔에이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 이엔에이 제공

―지우와 우영우의 세계관은 연결되는 것인가?

“창작자로서, 뭘 하나 만들고 나면 그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이 평행 우주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제 생각에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증인> 속 지우는 계속 살고 있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란 드라마를 본방사수할 것 같은 인물이다. 굉장히 재밌게 볼 거 같고, 영우 말투를 복사하듯 따라 해도 유일하게 비난받지 않을 사람 같다. 가끔 그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캐릭터 성장이라기보다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살고 있고,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스펙트럼 장애를 깊이 이해하고 소재로 삼은 동기나 개인적인 사유가 있나.

“저 자신이 자폐 진단을 받았다거나 제 지인이나 가족이 진단받은 건 아니다. 스릴러 장르 영화를 구상하다가 사건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라는 것을 떠올린 게 시작이다. 아는 게 없어서 자료 조사를 시작했는데, 자폐인들이 가진 많은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깨닫고 놀랐다. 독특한 사고방식, 강한 윤리의식이나 정의감, 특정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엄청난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들. 당연히 모든 자폐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강화되는 인간의 특성이다. 그런 부분에 매력과 호감 느껴서 어두운 스릴러 장르를 구상하다가 <증인> 같은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이다.”

―제목에서 ‘이상한’은 어떤 의미일까.

“‘이상한’이란 단어가 캐릭터 설명에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피하고 싶은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에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이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영우를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권모술수’라는 단어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대형로펌이란 공간에 우영우같은 인간이 던져지면 주변 인간들은 어떤 심정일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우영우는 배려가 필요한 약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기를 쓰고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강자이기도 하다. 영우 주변 인물은 심정이 매우 복잡할 것이다. 최수연(하윤경) 변호사처럼 반응하는 분도 있을 거고, 권민우(주종혁) 변호사처럼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영우를 둘러싼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입장을 보여주려는 대사를 썼다. 저는 작가로서 제가 드라마에서 뭔가를 말했을까 봐, 말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입장이어서 최수연처럼 살자 권민우처럼 살지 말자 이런 얘길 하려고 그런 대사를 넣은 것은 아니다.”

―소덕동 팽나무 에피소드 이후에 실제 팽나무가 천연기념물 지정 검토받는다고 하는데 작가님이 의도한 방향인지 궁금하다.

“팽나무는 뉴스에서 보고 웃었는데, 제가 의도한 건 아니다. 많은 분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셔서 생겨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데 사회에서 장애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걸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만약에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게 있다면 그건 우리 드라마라기보다는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우리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를 최대한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려고 하고 있다.”

―고래 등 숨은 소품들 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고래는 감독님(유인식 피디)이 영우 내면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만한 게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여러 대상을 후보에 놓고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자폐인들은 특정 대상에 깊이 빠져서 전문가적 지식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은 공룡, 기차 이런 게 많은데 고래가 일단 멋있게 생겨서 시각적으로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

드라마 &lt;이상한 변호사 우영우&gt;. 이엔에이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엔에이 제공

―시청자들이 우영우라는 캐릭터에 호감을 갖고 거부감이 덜 느끼는 것은 그의 장애가 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영우 캐릭터 디자인은 다른 드라마 캐릭터처럼 창작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창작한 캐릭터는 맞다. 다만 이 캐릭터가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하기엔 개연성 너무 없거나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세상 어딘가엔 우영우 같은 자폐인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캐릭터의 긍정적 모습이 많이 부각되는 데 대한 우려는, 일단 저희가 자문 교수님을 만났을 때 대본 보고 맨 처음 한 이야기가 장점 중심 접근을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든다는 말씀이었다. 캐릭터가 가진 명과 암에서, 그동안 암이 강조됐다면 이분들이 가진 다른 장점에 가까운 면들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지를 초점 맞추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말씀에 힘을 받아서 진행했다. 불편하다고 하는 분들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 깊이 공감한다는 말 밖에는. ‘그게 아니에요’ 하면서 변호할 맘은 없다.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주변 캐릭터가 판타지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명석(강기영) 캐릭터는 제 생각에 사십대 초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멋진 걸 많이 넣긴 했다. 제가 생각하는 사십대는 이런 게 멋있지, 라는 걸 많이 넣은 캐릭터이긴 하다. 정명석은 실제 로펌에서 있을 만한 사람이면서도 사십대는 이런 게 멋지지 하는 걸 넣었다. 드라마가 제목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니까 주변 인물들이 우영우의 들러리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랐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가혹하단 느낌 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폐인 특성의 매력을 너무 포장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솔직히 제 가족이나 지인이 자폐인이면 저도 이 드라마를 보는 게 불편했을 거 같다.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 차 있고 노력한 게 보이더라 해도 자폐 주변 분들에겐 굉장히 복잡한 심경 전해드리는 작품이라고 저도 생각한다. 그분들이 겪을 복잡하고 심란할 기분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가 의도했던 바는 극단적인 강점과 약점을 한몸에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 속에서 특별히 도드라지는 적대자, 인간으로 형상화된 빌런(악당)을 설정하지 않은 이유도 우영우가 변호사 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그가 가진 자폐 그 자체일 수 있고, 그로 인한 편견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국외에서도 인기 끄는 이유 뭐라고 생각하는지?

“넷플릭스로 다른 나라 시청자 만나는 데 대해서 걱정 많았다. 대사량이 많고 한국어로 된 말맛을 살려야만 온전히 전달되는 말장난도 많고, 법적 용어도 한국법과 다른 나라 법이 다를 수 있어서 큰 인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말한다면, 재미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로선 본인이 만든 걸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봐준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아서, 재밌다는 반응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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