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촬영 현장에서 연출을 하고 있는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 장군의 한산해전을 다룬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지난 27일 개봉 첫날 38만여 관객을 모으며 흥행 시동을 걸었다. 한국 영화 흥행 기록(1760여만명)을 세운 전작 <명량>의 기세를 등에 업은 모양새다. 작품성 면에서도 호평받고 있는 <한산>을 만든 두 주역 김한민 감독과 주연배우 박해일을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남자 모두에게서 이순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명량> <한산> <노량> 이순신 3부작을 만들고 있는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을 닮았다. 포기하는 법을 모르고 묵묵히 밀어붙이는 뚝심이 그렇다. 애초에 그런 기질이어서 이순신에 끌렸는지, 이순신에 끌리다 보니 그런 기질이 됐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 덕분에 우리는 이순신을 좀 더 잘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순신에 대한 그의 첫 기억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순천이 고향이에요. 거기 순천왜성 터가 있고요, 그 옆에 충무사가 있어요. 그곳에 모신 이순신 초상화는 전에 알던 이순신 장군 얼굴과 너무나 달랐어요. 그 모습이 강렬하게 자리 잡았죠.”
이후 그를 더욱 사로잡은 건 <난중일기>였다. “<난중일기>를 끼고 살았어요. 울적할 때 보면 위안이 되고, 잠 안 올 때 보면 편안해져요. 이순신 장군이 워낙 힘든 시기에 쓰신 건데도 담백하면서 균형감이 느껴져요. 그 마력에 빠져들어 이 인물의 다양한 면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영화 감독이 된 그가 <명량>을 만든다 하니 어느 제작자가 말했다. “그거 왜 해? 잘못 건드리면 후폭풍 대단할걸?”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다. ‘두려워할 거 없다. 더도 덜도 말고 <난중일기> 속 이순신을 표현하면 된다.’ 2014년 개봉한 <명량>은 1760여만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국내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한산: 용의 출현> 촬영 현장에서 연출을 하고 있는 김한민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머리엔 이미 <한산> <노량>까지 3부작 구상이 들어차 있었다. <명량>의 이순신이 용장(용감한 장수)이었다면, <한산>에선 지장(지혜로운 장수), <노량>에선 현장(현명한 장수)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은 “나는 이 작품으로 오롯이 역할을 다했다”며 후속작 출연을 사양했다. 새 얼굴이 필요했다.
“철저한 전략전술로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의 고뇌가 느껴지는 게 한산해전이에요. 학익진, 거북선의 운용 등 지략가로서의 면모, <명량>보다 젊은 나이대의 이순신을 보여줘야 했어요. 박해일을 떠올린 이유입니다.”
그는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2007)과 출세작 <최종병기 활>(2011)을 박해일과 함께하면서 ‘외유내강’을 느꼈다 했다. “유하게 보이면서도 안에 지닌 강직한 힘, 중심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눈빛을 가졌기에 적격이라 여겼죠.” 박해일은 “난 장수다운 눈빛이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며 의아해했지만, 김 감독은 “<한산>의 이순신에는 너의 모습이 필요해”라고 설득했다.
명확한 기록의 부재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었다. 무엇보다 <난중일기>에는 한산해전에 대한 기록이 아예 없었다. 무작정 현장으로 갔다. “통영 당포 앞바다 견내량에 가보니 이순신 장군이 왜 이 해역으로 왜군을 유인하려 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때 이렇게 싸웠겠구나 하고 제 나름대로 추론해서 재구성하고 해석했어요. 거북선도 자료마다 달라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우리가 아는 모습과 너무 다르지 않으면서 전투에서 효율적이고 개연성 있게 움직이도록 재해석했습니다.”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 바다에 배를 띄우고 촬영했던 <명량> 때와 달리, 이번엔 평창겨울올림픽 경기를 했던 강릉실내빙상장에 대형 세트장을 차려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했다. 콘티를 애니메이션처럼 만드는 등 사전 시각화 작업에 공을 들인 덕에 훨씬 더 스펙터클한 해전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결과물에 대해 “70% 정도 만족한다”고 했다.
<명량> 때부터 한쪽에선 ‘국뽕 영화’란 비판이 일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진정성’의 문제를 들었다. “단순히 ‘애국심·국뽕팔이’가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줘야 관객에게 가 닿는 법이죠. 이순신을 깊고 다채롭게 조명하는 3부작으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임진왜란 7년전쟁을 정치외교사적으로 다루는 드라마까지 만들고 싶어요. 말하자면 ‘국뽕 너머의 국뽕’을 추구하려 합니다.”
3부작 마지막 편인 <노량>도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다. 여기서 이순신은 김윤석이 맡았다. 김 감독은 “<노량>은 편집까지 끝난 상태”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설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