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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편집자가 동물도 한마리, 두마리 세지 말고 사람처럼 한명, 두명 세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가 그렇게 쓰면, 보통은 편집자가 용법이 틀리고 호응이 맞지 않는다고 고칠 텐데 그 반대라서 당황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편집자의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예전엔, 가라앉는 배에서 사람과 반려동물 중 하나만 살려야 하는 상황인데 누구를 살려야 하는지 묻는다면 답은 선명했다. 그런데 이젠 이런 질문에도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된 것 같다.
과거엔 인간이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인간이 훼손한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인간의 지위를 인간이 아닌 것들 위에 놓아도 되는지 반성을 하고 있다. 정말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은 같은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가? 반려동물과 맺는 유대를 생각하면 그럴듯한데, 그럼 우리에게 위협적인 동물들은? 식물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니 동물만큼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명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균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인간과 세균의 생명의 무게는 같을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생명들을 발견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7세기에 네덜란드 사람 레이우엔훅이 손수 유리를 모래에 갈아 만든 렌즈를 통해 미생물의 세계로 처음 들어갔다.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작은 생명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세상의 주인공들이 눈에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상상을 담은 만화가 <모야시몬>이다. 만화의 주인공은 곰팡이와 세균들이 보인다.
우리 몸을 아무리 닦고 살균제를 뿌려도 우리 몸 안팎에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가 가득하다. <모야시몬> 주인공의 눈에 어떤 사람은 미생물을 안개처럼 두르고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얼굴에는 1㎠마다 3천만에서 1억마리의 균이 득실댄다. 두피에는 곰팡이도 있을 확률이 매우 높고 기생충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몸 바깥만 그런 것은 아니고 몸 안쪽도 마찬가지. 유익하다고 먹는 유산균도 세균이고 우리 내장에도 다양한 균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나쁜 균들을 함께 막는다. 함께 사는 사람들은 이 균들도 공유하기 십상이다. 가족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공유한다.
먹는 것에도 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발효 식품 키비아크는 바다표범의 사체 안에 물새를 넣어 발효시켜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비타민이 만들어진다. 채소를 섭취하기 어려운 북극에 사는 이들은 새의 항문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해진 내용물을 먹어 영양소를 섭취한다. 김치와 치즈, 그리고 삭힌 홍어와 같은 식품들 모두 미생물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보약들이다. 물론, 미생물들의 가장 큰 공헌은 발효와 부패의 과정을 통해 물질을 순환시키는 것. 그래서 지구 위의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홀대하기엔 이들의 역할이 너무 크다. 인간, 동물, 식물, 세균, 바이러스, 무생물 중에 누가 귀중한지 다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 사이의 ‘연결’이다.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