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 감사드리고 (…) 여러분 군대 잘 다녀오겠습니다.”
11월3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음악 시상식 ‘2022 마마’(<엠넷> 주최)에서 나온 방탄소년단(BTS) 진의 수상 소감이 화제다. 상을 받은 마음과 함께 팬들한테 입대 인사를 한 것이다. 지금껏 화려한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입대 인사를 한 이가 있었던가? 진은 오는 13일 경기도 연천 소재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군사훈련을 받는다. 여러 나라 팬들이 지켜보는 시상식을 정식으로 ‘굿바이’ 인사 하는 자리로 활용한 셈이다.
진의 입대 수상 소감은 전화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진은 현장에 없었다. ‘2022 마마’ 시상식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중에서 솔로 부문 후보에도 오른 제이홉만 참석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올해의 그룹’ 등 상을 여러개 받았다. 제이홉은 마지막 상을 받고는 직접 소감을 말하지 않고 진한테 전화를 걸었다. “진 형이 할 말이 있다고 해서요. (…) 형, 지금 수상 소감 중인데 한마디만 해주세요.”
방탄소년단다운 솔직함과 당당함이 만들어낸 ‘2022 마마’ 명장면이다.
이 장면이 시상식의 달 12월을 맞은 누군가한테는 신선한 자극도 됐다. 한 연예인은 이 장면을 유튜브로 찾아본 뒤 수상 소감에 대한 팁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한겨레>에 “현장에 없는 멤버의 소감을 전화 연결로 들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미리 전화 연결을 해놓지 않고 제이홉이 무대 위에서 직접 전화를 거니 집중력이 서너배는 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보여주기용이 아니라 내가 꼭 해야 할 말을 하고, 그 말을 어떻게 잘 전할까를 생각하다 보면 의미 있는 소감이 나올 것 같다”고 정리했다.
무슨 수상 소감 하나에 뭐가 이렇게 진지하냐고? 연예인들한테 수상 소감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쁨의 표현이지만, 또한 고민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감 하나로 단숨에 호감과 비호감으로 갈리기도 한다. 재치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예능인도 있다. 공통으로 고민하는 것은 고마운 이들 나열이다. “하느님께 감사드리고”를 시작으로 제작진, 스태프 이름을 열거만 했다가는 비호감 되기 십상이다. 연예인들은 “나는 안 그래”라고 하다가도 막상 서면 고마운 사람을 말하고 싶어진단다. 언제 또 상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 그래서 고마운 분의 이름을 미리 적은 보드를 들고나오는 등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다.
최근 만난 한 예능인은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고마운 분들 이름을 처리할 기발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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