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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쩌면 지구 구원할 ‘철도 도시락’

등록 2022-12-16 19:00수정 2022-12-18 09:11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_ 에키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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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으로 갈 때,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가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보름이 걸렸다. 비행기를 타면 10시간 안쪽으로 걸릴 거리를 돌고 돌아 어렵게 갔다. 사람들의 활동 때문에 생기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탄소 화합물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결심의 표현. 올해도 여러번 비행기를 탔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유럽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를 탄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85g인데, 자동차는 104g, 기차는 14g이라고 한다. 항공기 운항에 따른 온실가스가 2%가 넘고 지금처럼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 2050년에는 5%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자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캠페인도 제법 호응을 얻어서 비행기 이동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고 아예 만남의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겨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접 만나는 장점이 여전한데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이동하려고 쏟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공기 저항, 기체 무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다. 그리고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를 항공유로 사용하거나 수소나 전기로 엔진을 움직이는 방법 등을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시험해 보려고 독일 베를린에서 스웨덴 우메오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한 기자도 있었다. 직선거리로 1500㎞를 기차를 타고 갔는데 24시간이 걸렸다. 비행기로는 경유를 포함해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었을 터. 비용은 두 배가 더 들었다. 그리고 헤드라인을 ‘고통의 여행기’라고 달았다. 우리는 힘들고 비싼 길을 기꺼이 갈 준비가 되었나? 아니면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시간만 충분하다면 기차를 타고 하는 여행은 즐겁다. <에키벤>은 일본 전역을 기차로 돌면서 역마다 파는 도시락을 먹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도쿄역 10번 선로에서 특급 침대차를 타고 시작한 여행이 일본을 다 들르고 대만까지 간다. 주인공이 처음 먹은 도시락은 도쿄역 초특선 도시락. 대게살무침, 해삼찜, 굴조림, 오징어구이, 계란말이, 단호박곤약찜, 밤조림, 보리새우찜, 김조림, 유자향닭구이, 깨떡, 버섯찜, 버섯튀김, 옥돔양념구이, 어묵, 떡조개조림, 붕장어우엉말이가 반찬이고 밥 위에 매실장아찌.

역마다, 밥때마다 군침 도는 도시락이 등장하고, 기차들의 역사와 지역의 이야기들이 적당히 버무려져 오감이 호강하는 여행을 떠난 것 같다.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열린 여행길 따라, 일본 여행을 고민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영화제를 마치고 연말 휴가를 떠나는 어느 감독님이 일본에서 보름 배낭여행을 한다기에 이 시리즈의 첫 권을 권했다. 다음달 대만 출장 때, 짬이 나면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는 16번째 책인 대만 편을 보면서 철도 노선을 익히고 있다.

만화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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