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의 배우인가. 근육 덩어리의 단순한 마초? 생각 없이 총질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우리에게 ‘람보’와 ‘록키’로 기억되는 그는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가난한 환경에 병원이 아닌 공공의료시설에서 태어났다. 담당의가 겸자 분만(가위처럼 생긴 금속 주걱인 겸자를 이용해 아기의 머리를 잡아서 끌어내는 방법) 중 스탤론의 왼쪽 눈밑 신경 일부를 건드렸고, 그것이 잘못되어 평생 안면신경마비와 언어장애를 겪게 됐다. 둘 다 배우가 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그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작은 역할도 마다치 않았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생각해 직접 대본을 써 영화사를 찾아다녔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록키>다. <람보>의 대본도 직접 썼다. 이후에도 자신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에 각본, 감독, 제작자로 참여했다.
생각해 보면 록키는 마냥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상처를 안고 살거나 현실에 적응 못 하는 루저였다. 그래서 영화 속의 스탤론은 대개 힘든 현실에 무너져서 울부짖는다. 그런데 스탤론이 75살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는 여전히 강한 남자일까? 아니면 우울한 현실에 좌절하고 울부짖을까?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 공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티빙에서 볼 수 있는 <털사 킹>이다.
미국 뉴욕 마피아 부두목이었던 드와이트는 두목의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25년을 보내고 출소한다. 그는 조직의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지만 세상은 달라졌고 중요한 자리는 어린 녀석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스는 그에게 오클라호마의 털사라는 작은 도시를 맡긴다. 주먹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털사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드와이트는 거칠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들이 하나둘 주변에 모여들면서 탄탄한 사업(?)모델들을 구축해 나간다. 드와이트가 하는 일은 분명 나쁜 짓 같은데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한테 묘한 통쾌함을 준다.
요즘 다시 ‘아재’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이야기한다. “영감님의 영광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인가요? 저는 바로 지금이에요.” <슬램덩크>에 눈물 흘렸다면 <털사 킹>을 보면서 충분히 웃고 울고 응원하고 감동할 수 있다. 25년, 선 곳은 달라졌지만 드와이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살아 있다. “지금 나는 주저앉았지만 아직 링 안에 있잖아.” 록키가 살아 돌아온 듯하다. 털사 킹 아니 스탤론의 전성시대도 여전히 ‘바로 지금’이다. 아쉬운 점은 한주에 한편씩 공개되고 있어 매주 목요일을 목 빠져라 기다리게 된다는 것. 총 10부작인데 이번주까지 6화가 공개되었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