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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고레에다 감독이 전하는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등록 2023-02-18 10:00수정 2023-02-20 13:59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등 일본의 요리 드라마는 믿고 봐도 된다. 엄청난 갈등이나 반전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고 따뜻한 위로를 준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요리 드라마를 만들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감독이 직접 대본까지 쓰고 연출한 요리 드라마는 절대 참을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1월12일 공개한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다.

스미레와 키요는 일본 아오모리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단짝 친구다. 둘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교토에 가서 게이샤의 연습생 개념인 ‘마이코’가 되어 숙소 생활을 시작한다. 전통 무용에 재능있는 스미레에 견줘 키요는 아무리 노력해도 춤이 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장점을 살려 숙소에서 요리를 전담한다. 키요의 집밥은 지역도 입맛도 제각각인 마이코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닭튀김, 가지조림, 카레, 달걀 샌드위치 등 평범한 요리와 함께 아이들의 다양한 사연이 하나씩 펼쳐진다. 야마 아이코의 만화가 원작이고, 원제는 ‘마이코들의 집에서 밥 해주는 사람’ 정도로 번역된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요리 드라마로만 보면 미소 지을 일이 매회 한상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일본 가정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딸이 있는 이 ‘대한민국 아저씨’ 눈에는 ‘행복한 밥상’보다 그들의 ‘외로운 생활’이 더 먼저 들어온다. 마이코들은 전통 복장을 하면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고 편의점에도 가면 안 된다. 부모를 떠나 다른 도시에서 숙소 생활을 하는 것도 외로워서 어쩌나, 신경이 쓰인다. 게이샤들이 공연하는 연회라는 곳이 전통예술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술자리다.

다행인 것은 고레에다 감독도 이러한 걱정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일본 문화라고 무조건 찬양하지 않는다. ‘힐링 요리 드라마’를 내세우는 한편으로 변하지 않는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낸다. 숙소의 사람들이 현빈, 이제훈 등 한류 스타를 좋아하는 모습도 여러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방송사 다큐멘터리 피디 출신이다. 피디 시절에는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컸다. 영화감독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어떤 가족>이 대표적이다. <브로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같은 영화에서도 혈연이 아닌 ‘조립식 가족’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이코들은 꿈을 좇는 일을 선택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성장과 그들만의 연대 의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몇 년 전 나는 잠시 일을 쉬고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그 전까지 요리 잘하는 남자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일과 ‘매일 삼시세끼’ 밥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반복되는 종류에 먹는 사람이 질리지 않아야 하고, 버려지는 식재료도 최소화해야 한다.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키요는 이를 척척 해낸다. 큰 가방을 메고 시장을 돌아다니는 키요의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내가 오늘 밥은 잘 먹었는지 신경 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일이다. 역시 밥은 위대하며 함께 밥을 먹는 것은 분명 사랑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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