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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무조건 마스크 쓰는 사회,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등록 2023-02-24 22:37수정 2023-02-25 09:55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지난 2월15일 방송된 <9층 시사국> ‘마스크 모순사회’(한국방송2)는 마스크의 방역 효과와 부작용을 짚는 논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 마스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지성주의자로 몰릴 것이다. ‘KF(케이에프)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 위험을 80% 막아준다’는 말은 실험실에서 단시간 내 비말(침방울) 차단 효과를 뜻한다. 의료인이 환자와 접촉할 때 마스크를 끼는 이유는 이런 효과 때문이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이 장시간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것은 이와 의미가 다르다. 썼다 벗었다 반복하고, 마스크를 만지고, 오염이 잦다. 완벽한 착용이 유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검증된) ‘마스크의 효과’와 (지역사회 공중을 대상으로 한)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케이(K)-방역과 완전히 반대의 길을 갔던 스웨덴 현지를 취재해 보여준다.(스웨덴처럼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와 한국을 어찌 비교하느냐 힐난하지만, 스웨덴엔 빈 땅이 많을 뿐 스톡홀름의 인구밀도는 여느 유럽 도시에 못지않다.) 스웨덴은 처음부터 노마스크의 길을 갔다. 마스크 의무화가 방역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근거중심주의 의학 단체인 코크란 연합이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얻은 최신 논문의 결과도 ‘효과 없음’이었다. 사실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근거는 한국에 의해 더 분명해졌다. 한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이 불같이 확산하던 때도 마스크 의무화 정책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마스크 덕에 한국의 팬데믹 방역 성적은 좋지 않았나. 그 대목에도 의문이 있다. 성적을 판단하는 기준을 뭐로 삼을 것인가. 코로나 치명률로 잡는 건 곤란하다. 분모가 되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아질수록 치명률은 낮아진다.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자를 피시아르(PCR·유전자증폭 검사)로 색출해 많이 확진하면 치명률은 낮아진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정의하기 나름이다. 코로나로 진단받고 다른 이유로 사망한 경우나 사망 후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도 전부 ‘코로나로 인한 사망’으로 볼 것인지 나라마다 다르다. 그래서 통 크게 초과사망률을 기준 지표로 삼는다. 평상시 사망하는 수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얼마나 더 사망했는가로 총괄해 보는 것이다. 팬데믹 초기에는 스웨덴의 초과사망률이 매우 높고, 한국의 초과사망률이 매우 낮았다. 그러다 스웨덴의 초과사망률이 떨어지고, 오미크론 확산 시기에 한국의 초과사망률이 급격히 올라서 역전했다. 어쨌든 팬데믹 초기에 초과사망률이 낮았던 건 마스크 덕분이 아니냐고? 여기에 대해서도 경북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이덕희 교수는 마스크 덕분이라기보다, 사스나 메르스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동아시아 지역의 교차면역작용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동안 독감이나 감기에 걸리지 않았으니, 마스크의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확실하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생태계에서 바이러스들끼리 생존 경쟁의 결과이지, 방역 효과라 볼 수 없다. 독감이나 감기가 사라진 건 마스크를 끼고 산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스웨덴을 포함한 세계적인 현상이었고, 2022년에 돌아온 것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보다 심각하게 논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마스크의 부작용이다. 만성적인 저산소증과 과도한 이산화탄소 노출 가능성, 유해 화학물질에 장시간 노출 가능성 등을 살펴야 한다. 2017년 생리대 사태에서 문제 되었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마스크에서도 검출된다. 개봉하고 나서 1시간 뒤 착용하라는 것이 대책의 전부인데, 다들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보다 더욱 막막한 것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영유아들의 언어, 정서, 인지 발달의 문제이다. 본격적인 연구가 이제부터 나올 텐데, 어떤 결과일지 걱정이 앞선다.

왜 갑자기 뒷북이냐고? 그렇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처음부터 무증상과 경증 비율이 매우 높고 전파 속도가 빠르며 변이가 잦은 아르엔에이(RNA) 바이러스라는 것이 어느 정도 밝혀져 있었다. 박멸이 아닌 공존의 길을 가야 하며, 의료시스템 과부하가 없도록 속도 조절이 관건이라는 전문가 그룹의 제언이 있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며 피시아르로 확진자를 색출하며 강제 격리에 힘을 쏟았다. 그러느라 의료 현장에선 중증 환자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확충되지 않아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힘에 부쳤다. 오미크론으로 인한 초과사망률의 급속한 증가는 그 때문이었다. 팬데믹의 끝물에서 케이-방역의 성과에 도취하기보다,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귀를 열고 징비록을 쓸 때이다.

대중문화평론가/진단검사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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