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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웬디-앨리스-도로시 ‘어벤저스’ 저작권 남았으면 가능했을까?

등록 2023-03-10 19:00수정 2023-03-10 19:07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체셔 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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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때문에 시끄럽다. 그 녀석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미는 능력이 아닌가 싶다. 같은 질문에도 그때그때 다른 이야기로 둘러대는 것이 놀랍다. 아마도 이 인공지능에는 역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가 있어도 해석이 어지러운 법인데, 아무런 역사가 없는 인공지능은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한 말을 내뱉는다. 엉뚱함이 때로는 창조성의 근원일 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챗지피티는 자신이 뱉은 말의 창조성을 알아볼 능력은 없다.

인기에 편승해, 인공지능이 쓴 책이라고 광고하면서 팔아보려는 시도들도 늘고 있다. 아직까지 사물에 저작권을 부여할 법적인 근거가 없으니 재주는 인공지능이 넘고 돈은 주인이 챙기겠지. 인공지능의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4억7천만장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게티이미지는 인공지능에 이미지를 도둑맞았다고 소송을 시작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가 등 개인 창작자들도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지만 소송 대상이 아니다. 글과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나 얼굴 그리고 오픈소스 코드를 두고도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이 시작되었다.

첨단산업 육성에 예민한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여부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창작자와 인접 저작권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국립국어원이 말뭉치 빅데이터를 만들면서 사용한 1만6000종 책들의 저작권을 침해해서 문제가 되었다. 출판사들에 2027년까지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이후 재협상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창작물을 모아야 돈이 되는 사업자들과 저작권을 확보한 사업자 간 갈등과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체셔 크로싱>은 학생이 셋밖에 없는 기숙학교에 대한 이야기다. 이 학교의 학생은 <피터팬>의 웬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다. 어떤 경로로든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주인공들.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녀들이 서로가 경험했던 놀라운 세계들을 오가면서 그곳의 악당들과 다시 다투는 이야기. 서쪽마녀와 후크선장이 연애를 하고 하트여왕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이들은 어떤 활약을 벌일까?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이들을 한데 모을 생각을 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65년,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 <피터팬>은 1904년에 세상에 나왔다.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1898년, 도로시의 작가 프랭크 바움은 1919년, 웬디의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는 1937년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 작가의 저작권은 사후 70년까지 인정이 되는데, 다행히 이들은 모두 19세기의 인물들이라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저작자가 없다. 만약 1860년생인 제임스 매슈 배리가 93살까지 살았더라면 아직 저작권은 살아 있다. 그리고 그가 웬디가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반대했다면 <체셔 크로싱>은 출판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작가가 100수를 누렸다면 그의 작품은 아직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이렇게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은, 너무 긴가? 여전히 짧은가?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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