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네필(영화 애호가)들의 인생 영화 <대부>.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한다고 해도 미국의 마피아, 즉 건달들의 이야기다.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이탈리아계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고 미국 뉴욕시가 촬영을 허락할 이유도 없다. 러닝타임도 길고 당시에는 잘 모르던 신인인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았다. 도대체 이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진 거지? 파라마운트플러스의 오리지널 10부작 드라마 <오퍼: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왓챠)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화 <대부>의 제작 과정을 담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작가 마리오 푸조는 “요즘 갱들 이야기가 잘 팔린다”는 출판사 직원 말에 마피아 가족 이야기를 쓴다. 그렇게 소설 <대부>가 나오자마자 파라마운트는 1만5천달러라는 헐값에 판권을 사두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자 다른 영화사에서 100만달러에 판권을 넘기라는 제의를 받는다. 당시 재정 위기에 빠져 있던 파라마운트사는 회사 내 재무 쪽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영화 <대부>를 직접 제작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위험한 프로젝트를 패기 넘치는 신입 러디에게 맡긴다.
우리는 이미 이 드라마의 결말을 알고 있다. 영화 <대부>가 ‘걸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대부>는 도저히 완성될 것 같지 않다. 목숨을 내놓고 출연할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고, 정치인들은 이탈리아계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며 촬영을 막아선다. 그럼에도 프로듀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 러디는 할리우드 관행을 깨고 원작자에게 대본을 맡긴다. 색깔이 있지만 특이하다고 소문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을 설득하고 최고의 스타인 말런 브랜도에게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최저임금으로 주연을 맡아달라고. 이런 좌충우돌 속에서도 대본은 착착 완성되어 간다. 알 파치노, 말런 브랜도, 프랭크 시나트라 등 실존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사실 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이 낯설지 않다. 매일 방송국에서 만날 수 있는 피디, 작가, 연예인, 그리고 ‘높으신’ 분들의 모습이다.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지만 예산은 언제나 삭감된다. 매번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프로듀서는 모두에게 부탁만 하는 사람이 된다. 이 드라마의 원제는 <오퍼>(The Offer). 아마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란 끝없이 제안하고 부탁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동시대의 수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반응을 하나씩 살피는 것보다 짜릿한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도 자신의 머릿속 그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모든 분들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