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달 바로크 음악가 헨델의 곡들을 담은 음반 <헨델 프로젝트>를 발매했다. 조성진의 바로크 음반은 처음이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생애 처음으로 빌보드 클래식 주간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는 조성진의 <더 헨델 프로젝트>가 ‘트래디셔널 클래식 앨범’ 부문 정상에 올랐다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해당 부문은 이른바 정통 클래식 앨범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다.
<더 헨델 프로젝트>는 조성진의 첫 바로크 음반이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가운데 2번, 5번, 8번과 사라반드, 미뉴에트 등을 담았다. 그는 지난달 온라인 화상 간담회에서 “직감적으로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1720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두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쳐보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곡, 마음에 와 닿는 곡을 골랐다”고 말했다. 바로크 음반을 내면서 바흐가 아니라 헨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 바흐를 녹음하거나 연주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조성진에 앞서 빌보드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오른 한국 연주자는 임현정과 선우예권, 이루마 등이 있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데뷔 앨범 <베토벤 소나타 전곡>으로 국내 연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선우예권도 2017년 우승한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음반으로 같은 부문에서 1위를 한 바 있다. 이루마는 2011년 발매했던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이 2020년 역주행에 성공해 빌보드 클래식 부문 앨범 차트에서 8주 이상 차트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일범 클래식 평론가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앨범 기획력과 조성진의 실력, 그의 국제적 위상 등이 어우러진 성과”라고 했다. 이어 “연주자들이 통상 바로크 음반을 낼 때, 헨델보다 바흐 앨범을 먼저 내는데, 조성진은 헨델을 먼저 택해 새로운 연주를 보여주며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성진은 ‘첫’ <빌보드> 1위와 함께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지난 15일 <유 퀴즈 온 더 블럭>(티브이엔) 방송 말미에 조성진 출연 영상이 예고편으로 공개됐다. 조성진은 예고편에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민폐가 될까 봐 (그동안) 예능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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