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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윤종신 형 전화가 왔다, 뮤비 ‘사는 재미’에 나오라고

등록 2023-04-28 22:28수정 2023-04-28 22:47

[박상혁의 OTT 충전소] 유튜브 ‘월간 윤종신’

‘월간 윤종식’ 에스엔에스
‘월간 윤종식’ 에스엔에스

지난 17일 밤. 가수 윤종신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토요일에 뭐 하냐.” 흠.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아저씨에게 토요일이란 그저 마트 가서 장 보고, 예능 보다가 야구 보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딱히 뭐가 없다고 했더니,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란다. 헉! 이게 무슨 소리인가. “50대 아저씨들이 공감할 이야기로 <월간 윤종신> 4월호 곡을 만들었는데, 또래 친구 4명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을 거야. 네가 적당해. 평소 옷차림대로 오면 된다.” 아니 근데 이 형이! 저는 형보다 4살이나 어리다고요!

당황하는 사이 출연자로 결정되었고 곧바로 음원과 가사를 받았다. 제목은 ‘사는 재미’. 들어보니 너무 좋다. 가사를 보자. “난 딱히 재밌는 게 없네. 매일 그 일이 그 일이고. 하루가 다르게 막 바뀌는 세상 속에 그 뻔한 어른 되기. (중략) 이젠 우린 뭔가 알잖아. 우릴 떨리게 하는 것들.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를 수 있어. 꽤 남은 우리 날들.” 딱 내 얘기다. “Ra-ta-ta-ta 울린 심장.” 이거 잘하면 또 한 번 사는 재미를 찾을 수 있겠는걸?

드디어 토요일. 나도 모르게 들떴나 보다. 면도하는 것도 잊고 아침 일찍 나섰다. 스튜디오에 도착해 다른 출연자들, 즉 윤종신 형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국민’학교 친구 전영준, 중·고등학교 친구 권욱영, 임필성 영화감독. 다들 처음 봤는데 한두 다리 건너니 아는 사이. 아저씨들의 세월이란. 촬영 내용은 평소 모습을 찍고,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한 뒤 혼자서 그리고 함께 찍는 것이다. 전혀 힘들 게 없는 촬영이지만, 평소 가족들만 찍어주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서니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다. 뻣뻣한 팔다리와 헤매는 동공을 붙잡아준 감독님과 사진 작가님 덕분에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아직 훤한 오후였지만, 근처 시장 골목에서 형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꽤 오래 기억될 오늘 하루를 추억했다.

뮤직비디오 갈무리
뮤직비디오 갈무리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13년째 매월 새로운 곡을 발표하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아티스트의 놀라운 행보다. 그 긴 시간만큼 사랑과 이별, 절망과 희망, 익숙함과 낯섦, 시간과 변화에 대한 고민도 스며 있다. 특히 ‘나의 이십대’,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 ‘나이’ 같은 노래에는 20대에서 40대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녹아 있다.

그런 윤종신 형이 요즘 자주 쓰는 말은 “관성”이다. 의지와 목적이 사라진 채,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움직이는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멈춰 선 것과 같다. 그러니 내 삶을 궁금해하고 의심하자는 것.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에게도 최근 힘든 일들이 많았다. 가장 친한 친구는 지난해 12월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하나뿐인 동생은 급성백혈병에 걸려 두달 전 내가 골수이식을 해줬다. 나도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을 것이다. 그러나 50대 아저씨가 어느 날 갑자기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걸 보니,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은 여전히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가지 걱정은 있다. 엠제트(MZ)세대에 주목하는 지금 아저씨들이 사는 이야기라니. 심지어 마지막 가사는 “건강해 친구야”다. 이런 좋은 노래가 혹시 ‘수요 없는 공급’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러니 독자분들이 유튜브 채널 <월간 윤종신>과 음원 사이트에서 ‘사는 재미’를 꼭 들어주시면 좋겠다. 관심이 아저씨들을 한번 더 춤추게 할 것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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