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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어공주’ 별점 테러에 지지 않아…나흘 만에 2500억

등록 2023-05-30 14:29수정 2023-05-30 20:24

미국 매체 “한국 등 ‘리뷰폭탄’…수상한 일”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할리 베일리가 지난 15일 영국 런던 오데온 룩스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했다. Empics 연합뉴스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할리 베일리가 지난 15일 영국 런던 오데온 룩스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했다. Empics 연합뉴스

흑인 가수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을 맡은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세계 곳곳에서 ‘별점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연 배우에 대한 외모 조롱이나 인종 차별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영화 매체 <데드라인 할리우드>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나흘간 1억1750만 달러(한화 약 1554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한국·독일 등 해외 시장에서 이른바 ‘리뷰 폭탄’이 터지는 등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나흘간 전 세계적으로 1억8580만 달러(한화 약 2456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인어공주>가 미국의 영화 리뷰 플랫폼 ‘로튼 토마토’에서 95%의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해외 각국에서 부정적인 리뷰가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영화 플랫폼 ‘아이엠디비’(IMDB)에서 3만명이 이 영화에 평점을 매겼는데 그중 1만2천명(40.4%)이 10점 만점에 1점을 줬다.

영화 &lt;인어공주&gt;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할리 베일리가 지난 15일 영국 런던 오데온 룩스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했다. Empics 연합뉴스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 할리 베일리가 지난 15일 영국 런던 오데온 룩스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했다. Empics 연합뉴스

아이엠디비는 이를 ‘비정상적 활동’으로 규정했다. 아이엠디비는 영화 <인어공주> 페이지에 별도 경고문을 공지하며 “우리 평가 메커니즘이 영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표 활동을 감지했다. 평점 시스템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체 가중치 계산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영화 플랫폼 ‘알로시네’ 역시 “현재 비정상적인 점수 분포가 관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내리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데드라인 할리우드>는 한국의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나타난 ‘평점 테러’ 현상도 소개했다. 개봉 당일 네이버 평점이 1.96점을 기록하고 배우에 대한 외모 조롱 등 부정적 리뷰가 수백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며 “애초에 <인어공주>는 국내(미국)용 영화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인터넷 트롤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런 해외 반응은 꽤 놀랍다”고 적었다.

글로벌 영화 플랫폼 ‘아이엠디비’(IMDB)는 영화 &lt;인어공주&gt; 페이지에 별도 경고문을 올려 “우리 평가 메커니즘이 영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표 활동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누리집 갈무리
글로벌 영화 플랫폼 ‘아이엠디비’(IMDB)는 영화 <인어공주> 페이지에 별도 경고문을 올려 “우리 평가 메커니즘이 영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표 활동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누리집 갈무리

영화 <인어공주>는 예고편이 공개된 뒤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에 함몰돼 원작을 훼손했다’는 취지의 비난에 시달렸다. 영화가 개봉한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줄평은 “도저히 몰입이 안 된다”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 등의 혹평과 “에리얼의 노래가 환상적이다” “영상미가 압권” 등의 호평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낯설고 새로운 ‘흑인 에리얼’에 대한 비판이 쉽게 인종차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 대한 호평은 음악이나 영상미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혹평은 주연 배우 베일리의 피부색과 외모에 초점을 맞춘 비하 표현이 상당수다. 심지어 일부 국내 누리꾼들이 베일리의 유튜브 브이로그에 인종차별적 악플을 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화 &lt;인어공주&gt; 국내 개봉 포스터
영화 <인어공주> 국내 개봉 포스터

하지만 베일리는 악플 세례에도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은 현실의 일부다. 저는 그런 것에 영향 받지 않는다”며 “나는 아름다운 아이들의 반응에서 볼 수 있는 긍정과 위대함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영화에서 흑인 특유의 땋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한 것에 대해서도 베일리는 “흑인에게 머리카락은 매우 중요하다”며 “나의 본질인 머리카락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베일리는 그의 캐스팅 소식에 딸려온 인종차별적 반발을 보며 “어린 시절 ‘흑인 공주’가 너무 부족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많은 흑인 디즈니 주인공이 배출되기를 희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 <인어공주>의 성적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인플레이션 상황에 견줘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미국 내 평가다.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를 낀 매년 5월 마지막 주말은 미국 박스오피스 ‘여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영화 <인어공주>는 영화 <탑건>에 이어 역대 메모리얼 데이 개봉작 가운데 5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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