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 사태’에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 넷플릭스 제공
지난 9일 넷플릭스(OTT) 드라마 <사냥개들> 공개 이후, 업계에서는 반응을 살피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냥개들>은 주연 배우 김새론의 음주 운전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난 작품이다. 같은 이유로 대기 중인 작품들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안으로 떠올랐다.
제작진은 ‘김새론 사태’가 터지자 즉시 일정을 중단하고 한달간 대안을 고민했다. 김새론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고, 촬영 전인 7~8회 대본은 다시 썼다. 김주환 감독은 “김새론은 중요한 역할이라 통편집으로 들어낼 수 없어서, 분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복서 출신 우도환과 이상이의 맨손 액션이 강조되면서 <사냥개들>을 보는 불편함을 덜어냈다.
하지만 논란이 확대되지 않았을 뿐, ‘김새론 리스크’는 컸다. 세 주인공이 친해지는 과정, 사건에 개입하는 이유 등에서 설득력이 떨어졌고, 7화에서 김새론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개연성이 약해졌다. 김새론 분량을 편집하면서 조·단역 배우까지 삭제되는 피해도 줬다. 김주환 감독은 “(장면이 날아간 배우들한테) 마음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사냥개들>은 그나마 주인공이 세명이었고, 대본 수정이 가능했기에 되살아날 수 있었다. 사전 제작이 일반화되고, 드라마 제작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가 늘어난 요즘에는 땀 흘려 찍고도 공개 못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해 배우 곽도원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고 영화 <소방관>과 오티티 티빙 드라마 <빌런즈>는 공개가 미뤄졌다. 특히 <소방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이 늦춰진 작품인데, 주연 배우의 도덕적 해이로 한번 더 위기를 맞았다.
‘유아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작품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약을 한 사실이 드러난 유아인은 이미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와 넷플릭스 영화 <승부> 그리고 영화 <하이파이브>에 큰 위기감을 안겨줬다. <종말의 바보>는 <인간수업>(넷플릭스) 김진민 감독과 <밀회>(JTBC) 정성주 작가가 만나 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종말의 바보>도 <사냥개들>처럼 여러 명이 끌고 가지만, 유아인이 핵심적인 장면을 책임지고 있어서 편집할 경우 개연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종말의 바보>에 출연하는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공개되기를 바라지만, 유아인도 <사냥개들> 김새론처럼 주요한 인물이어서 흐름을 봤을 때 통편집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아인이 출연해 작품 공개가 무기한 연기된 <종말의 바보>. 넷플릭스 제공
그동안 주요 인물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배우를 교체하거나 재촬영을 해왔다. 2021년 <달이 뜨는 강>(KBS2)은 20부에서 6회까지 나간 상태에서 학폭 논란에 휩싸인 지수 대신 나인우로 교체해 재촬영했다. 2020년 <날아라 개천용>(SBS)은 배성우 음주 운전 적발 뒤 배우를 정우성으로 바꿔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은 회차를 채웠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티브이(TV) 방송 특성상 중간에 끝낼 수 없어서 어떻게든 마무리해왔지만, 사전 제작 작품이나 오티티 작품은 편성이 안 된 상태에서 작업을 마치기 때문에 무기한 연장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 제작으로 작업한 2021년 <디어엠>(KBS2)도 박혜수의 학폭 의혹으로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지난해 일본 오티티에 소리 소문없이 공개됐다.
이렇듯 배우 한명의 일탈로 인한 피해가 크다 보니, 전체 작품을 사장시키는 것은 이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선 나온다. <종말의 바보>에 출연한 한 배우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캐스팅 소식의 반가운 전화도, 가슴 설레던 첫 촬영 기억도 모두 물거품이 되려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배우는 <한겨레>에 “특정 개인의 문제로 작품이 평가조차 못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이 자칫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유아인 작품이 다 공개됐는데, 그가 연기를 너무 잘하면 ‘그래도 유아인이 연기 하나는 끝내줘’ 그런 동정론이 생기지 않을까. 작품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업계에선 주요 배우가 논란을 일으키면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등의 구체적 조항을 만들어 작품이 피해를 볼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론에 따라 복귀 시점이 달라지는 등 제각각인 기준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큰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지 않나. 기준 없이 분위기를 보고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반드시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