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네티즌 수사대의 충격 엔딩

등록 2023-06-24 10:00수정 2023-06-24 11:26

[박상혁의 OTT 충전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제목만 보고 고양이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집사는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보면 무조건 클릭해서 넋 놓고 본다. 그래서 믿고 있다. “고양이는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는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과 이를 추적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건이 잔인한 살인과 국제수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다. 실제 사건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등장한다. 당신이 고양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한 남자가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해 죽이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 남자를 응징하고 싶은 사람들은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만들고 범인을 추적한다. 단서는 해당 영상과 범인이 ‘좋아요’를 누른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단 두 가지. ‘네티즌 수사대’는 영상 속에서 그림, 문고리 심지어 진공청소기까지 분석해 범인의 성향과 사는 지역을 특정한다. 집단지성이 반드시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흥분한 사람들의 ‘헛다리 짚기’가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고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질 때 또 다른 학대 영상이 올라온다. 이때부터 네티즌 수사대들은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 범인이 남기는 영상이 오히려 자신을 추격하기를 바라는 것 같고, 고양이 영상은 다른 살인을 위한 예고편 같은 느낌이 든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그 행위가 처음이 아닌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마지막도 아니라는 사실. 인터넷에 모인 사람들은 살인을 막을 수 있을까? 이 사이코패스같은 사람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영화 <서치>의 다큐멘터리 버전 같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방구석’에서 범행을 추리하고 범인을 추적할 수 있다. 모든 흔적이 인터넷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다큐는 많은 사람의 인터뷰와 함께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를 재구성하고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사건을 접하고 반응하는지 추적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구글 지도만으로 가슴 터질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진짜 무서운 것은 범인 역시 인터넷으로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큐에서 네티즌 수사대는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범인이 예전부터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그리고 범인은 자신을 쫓는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추적한다. 누구나 현실 속의 나와는 다른 모습인 ‘부캐’를 갖고 산다.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하지만 집에서는 극단적인 혐오의 글을 쓸 수 있고, 욕설하고 갑질하는 회사 상사가 집에서는 힐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른다고 좋은 세상이 오는 것도 아니고, ‘나쁜 놈’을 차단했다고 그 사람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다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 티브이(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는 범죄를 분석하는 예능이 넘쳐난다. 이른바 범죄도 돈이 되는 세상. 범죄에 흥분하고 범인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범인을 2년간 집요하게 추적했던 사람들은 다큐의 마지막에서 자신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우리가 범인을 추적한 것이 오히려 범행을 부추긴 게 아닐까?” 그러면서 이 다큐를 만든 넷플릭스와 지금 다큐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소리친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당신들도 공범일 수 있다”고. 어떤 작품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충격적인 엔딩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정우성 득남’ 소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1.

‘정우성 득남’ 소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2.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영혼’이 ‘신’에 이르는 여정 그리는 플로티누스 신비철학 [.txt] 3.

‘영혼’이 ‘신’에 이르는 여정 그리는 플로티누스 신비철학 [.txt]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4.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바다 풍경과 사기극, 암담한 현실이 왜 이렇게 쫄깃해? 5.

바다 풍경과 사기극, 암담한 현실이 왜 이렇게 쫄깃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